‘주휴수당’ 자영업 廢業 강요
週15시간 이상 땐 8시간 추가
당장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해야
최저임금 과속 부작용 눈덩이
생활물가도 올라 民生苦 극심
死後藥方文 제대로 당장 해야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가 크지 않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하니 일단 정부 시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내년, 내후년을 기다릴 것도 없이 보고서 발표 후 겨우 한 달 뒤인 7월의 신규 취업자 수는 5000명 증가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에서는 취업자 수가 8만 명 줄어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한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한 보고서인가? 최저임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뉴마크 UC어바인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연구는 엄청나게 많고, 일자리가 줄지 않는다는 연구는 아주 적다”고 한다.
연구를 탓해 봐야 의미 없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지라도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중요하다. 편의점을 비롯해 서민 업종으로 불리는 사업장의 일자리 타격이 가장 크다. 사정이 나빠진 것은 주(週)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는 일하지 않은 하루 치의 주휴수당을 더 줘야 하는 근로기준법상의 주휴수당 규정 때문이다. 이는 ‘무(無)노동 무임금’ 원칙을 깨뜨리는 제도로,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다. 주휴수당 제도가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주휴수당 부담이 갑자기 커진 게 문제다. 8시간씩 이틀 일을 시키면 16시간이 아닌 24시간 시급을 계산해 줘야 한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9036원이 된다.
24시간 영업하는 사업주는 보통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 2명만을 고용해 하루 7시간씩 주 이틀만 일을 시키고 사업주 자신이 매일 10시간 이상을 일한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알바를 쓰는 모든 사업장은 주 이틀 단위로 고용한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학생 알바를 주 이틀만 쓴다. 이틀씩 일하는 근로자로 고용해 1주일을 버티자면 일자리를 쪼개 일자리 수로는 3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이걸 일자리 창출이라고 해야 하는가? 실제 알바천국, 알바몬 등 구인 웹 사이트를 보면 주 2∼3일 근무자 또는 하루 3시간 이내 근무자를 구하는 곳이 많아졌다. 사업주로서는 관리해야 할 인원이 많아져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근로자도 고달프다. 일주일에 2∼3곳을 번갈아 뛰어야 하는데, 조건에 맞는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하지 않고 한 사람이 5∼6일 근무하는 경우에는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합의에 따라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일부만 준다.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현재 80∼90%가 법률 위반 상태일 것으로 추측된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단 한 명으로 가게를 지키는 사업주는 자신의 10시간 근로를 제외하더라도 2명의 교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 월 500만 원에 육박한다. 매출이 적으면 10시간 넘게 일하는 사업주 자신의 임금은 근로자보다 적게 계산되거나 아예 적자가 된다. 근로자 못지않게 만성 과로에 시달리는 사업주가 더 죽을 지경이다. 그러니 폐업(廢業)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생활물가는 엄청 크게 올랐다. 서울 시내 6000∼7000원 하던 냉면 한 그릇도 이제 8000원 이상을 줘야 먹을 수 있다. 민생고(民生苦)가 극심하다. 편의점·음식업·숙박업주, 시골 농부가 베트남으로 갈 능력도 없다. 주 52시간 근무로 6시 칼퇴근에 식당·노래방·호프집 등 야간업소도 모두 일찍 문을 닫고 대리운전할 일도 없어져 간다.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주휴수당 지급 조건 15시간을 30시간 정도로만 완화해도 일용근로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어 지금의 노동시장 왜곡과 혼란이 줄어들 수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법률로 시행된 마당에 세계적으로 드문 이 제도는 폐지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주휴수당 지급을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는 한국 외에 대만, 터키 정도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6일 경제 지표가 부진한 것과 관련해 “내년 초 정도 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말인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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