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일요일인 19일 오후 당·정·청 회의가 긴급 소집됐는데 “연말까지는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12.6% 증액”하는 물량 공세가 논의의 주류였다. 강력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 의욕을 끌어올리려는 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분기에 한 번 연간 4차례 발표하는 결산 공시를 반기에 한 번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완전고용에 가깝지만 규제를 더 줄여 기업 활동을 더욱 촉진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금융감독원이 어제 발표한 ‘제약·바이오 기업 사업 보고서 기재 모범 사례’와는 완전 딴판이다. “기업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부대조건이 있지만, 연구개발(R&D) 내용이 구체적으로 열거된 모범 사례로 기업을 압박한다. “모범 사례에서 제시된 사항 외에 투자자를 위해 추가로 기재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는 포괄적 지시도 포함돼 있다. 우리 기업만 R&D 비밀을 모두 공개하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주식은 수익과 위험의 상충관계를 따져 투자자가 자신의 책임으로 사고파는 것이다. 과도한 공시 의무는 상장 기피를 유발하고 자금 부족으로 쪼그라든 기업과 함께 일자리도 날아간다. 대기업 출자 규제도 문제가 많다. 순환출자의 경우 우리 정부는 정리하도록 압박하지만, 해외 및 국내 주주의 입장은 다르다. 주식 추가 취득과 매각을 통해 주주 포지션을 조정할 길이 열려 있는데 왜 국가가 나서 민간기업의 출자 구조를 흔드는지 알 수 없다. 출자 구조의 조정 과정에서 주주 간 이해가 상충될 텐데 손해 본 주주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대기업 들볶기에 앞장섰던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줄줄이 구속기소됐고, 일부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회부됐다. 규제의 굿판을 자신과 부하 직원의 축재 수단으로 활용한 기막힌 상황이다. 일부 간부는 합동법률사무소 또는 법무법인에 취업해 공직에서 취득한 정보로 국가 패소를 끌어낸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기업 규제로 공직자가 사욕을 취하는 사이 기업의 투자 의욕은 고갈됐고 청년실업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정치권이 정규직 노조에 끌려다니는 통에 많은 청년이 어렵게 취업해도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는다. 대기업 출자 규제와 노동 규제를 포함한 정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일자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극심한 고용 쇼크에 충격을 받은 여야가 최근 규제프리존법과 규제샌드박스법 처리에 합의한 것은 경사다. 규제프리존법은 2015년 당시 여당이던 현 자유한국당이 발의했는데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재벌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고 비난하며 반대했었다. 민주당은 별도로 규제샌드박스법을 발의했는데, 여야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이를 병합 처리키로 합의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광역 시·도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건으로 지역 전략사업을 육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야 한다. 대기업 출자 규제와 지주회사 투자 규제도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면 정부의 과잉 규제 없이도 투명 경영을 달성할 수 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임무를 해태하면 민·형사 책임을 엄중히 물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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