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 사회부장

정부의 재정만능주의가 심히 우려된다. 최악의 고용참사, 출산율 1.05명 이하의 인구 절벽 위기, 저출산 고령화 대책 등 해결해야 할 숱한 과제마다 정부가 만능 주사처럼 내놓은 처방전은 재정 투입이다. 필요한 일에야 당연히 국민 세금을 써야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매머드급으로 쏟아붓는 재정투입은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한 피드백 없이 1차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회복지, 교육, 노동, 보건에 막대한 정부 예산을 쏟아붓고도 해결은커녕 상황이 악화돼 왔는데도 정부가 배운 바는 없다. 어느 계층과 대상에 어떤 명목의 재정 지출이 얼마만큼의 정책 효과를 거둬 문제를 완화하고 향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대 재생하는 데 기여했는지, 거꾸로 돈만 날리고 연쇄 파급효과는 전혀 거두지 못했는지에 대한 세밀한 지표분석은 없다.

저출산 대책에 과거 정부 10년간 100조 원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는데 관료들의 고질적인 탁상행정은 현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9월부터 시행되는 아동수당 지급과 기존의 보육비 지원 간의 중복 문제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한번 만든 제도는 없애기가 쉽지 않은데 한정된 재원을 얼마나 더 효율적인 사업에 돌릴 수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육·가족·여성·유아·초중등교육 관련 지출은 출산율 상승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도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저출산대책은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주택 마련 및 주거자금 지원 현실화, 성평등 정책을 통한 여성의 독박 육아 해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고용 유연화 정책과 맞물려 진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 제언은 예산에서 걸맞은 대접을 못 받았다.

일자리 예산도 마찬가지다. 일자리 창출의 플랫폼은 기업인데도 현 정부에서 ‘민간 일자리 창출’ 부문의 경우 -4.4%를 기록했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이다. 정부가 한 달 30만∼40만 원씩 최대 1년간 주는 공익형·교육형·복지형 노인 일자리를 한 해 수조 원 들여 수십만 개씩 만들어봐야 일자리 통계 부풀리기 효과 외에 본질적인 개선은 없다. 자활사업, 숲 가꾸기 일자리는 일회적이고 시혜적인 땜질형 소득보전일 뿐이다. 지속 가능한 고용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정부가 그토록 기대하는 성장을 이끌 고리 역할도 하기 힘들다. 현 정부의 54조 원 일자리 예산은 이렇게 허공으로 날아갔다. 정부가 알선해 마련된 일자리 중 70%는 1년 내에 그만두는 일용직이 대부분이다. 연간 5000억 원을 쓰는 청년층 대상 취업 성공 패키지도 사실상 수당을 나눠주는 데 그치고 실제 취업성공률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은 집행률이 30%에 불과하다. 사업별로 효과가 없다면 이후 정책에서 빼든지, 축소하든지 다른 방향에서 대체해야 마땅하다. 돈을 이렇게 쏟아부으니 연말 외형상 지표 개선을 볼 수 있다 해도 질적인 개선과는 거리가 멀 텐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민간에 활력을 찾아주는 게 정답이다. 정부는 그저 생색내기용으로 ‘성장을 위해 국민소득을 올리고자 가급적 많은 국민에게 돈을 줬다’는 자기 만족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jupiter@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