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한 고객이 인공지능(AI) 채팅봇인 ‘로사’가 추천한 드레스 실물을 찾아 살펴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지난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한 고객이 인공지능(AI) 채팅봇인 ‘로사’가 추천한 드레스 실물을 찾아 살펴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6) 롯데그룹 ‘유통 AI 혁명’

첨단 ICT 기술 · 빅데이터 활용
계열사별 온라인몰 8곳 통합한
e-커머스 사업부에 3조원 투자

작년 ‘로사’출시뒤 고도화 작업
고객질문에 능동 답변 가능하고
스마트 스피커로 안내 서비스도

소비 트렌드 반영한 제품 개발
편의점·인재채용에도 AI 활용


서울 성동구에 사는 유진아(여·28) 씨는 얼마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해 있는 ‘써스데이아일랜드’ 매장을 찾았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채팅봇인 ‘로사(LO.S.A)’가 추천한 옷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유 씨는 “다음 주에 늦은 휴가를 가는데 어떤 원피스를 살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로사에게 추천을 부탁했고, 추천 상품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매장에 직접 확인하러 왔다”며 “앞으로도 AI의 추천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매장에 올 필요 없이 바로 온라인으로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은 특히 “AI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모든 사업 프로세스에 적용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신 회장의 경영전략에 따라 첨단 ICT 기술과 그룹이 보유한 빅데이터 자산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는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온라인몰 8곳을 통합해 ‘e-커머스 사업본부’를 만들었다. 향후 5년간 온라인사업에 3조 원가량을 투자해 오는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 유통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의 대표적인 온라인 및 AI 사업이 바로 롯데백화점이 출시한 로사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로사는 8개월 동안의 고도화 과정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로사는 패션·식품·리빙 등 모든 상품군에 걸쳐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질문에도 능동적으로 답변하는 등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롯데백화점에 대한 모든 것을 안내한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도 로사 기능을 고도화하고 채널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월부터 ‘KT 기가지니’의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전국 롯데백화점의 쇼핑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로사는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영업시간, 식당가, 행사 안내 등 백화점과 관련된 7가지 주제에 대한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로사의 추천 상품 품목과 속성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현재 로사는 패션·리빙·식품 등 모든 상품군에 걸쳐 1000여 개 품목에 대해 고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김명구 롯데백화점 디지털사업 부문장은 “지난 8개월의 경험은 향후 AI를 기반으로 한 로사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향후 로사를 상품 추천 및 데이터 분석을 넘어, 백화점 전반에 대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유통업계 대표 AI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롯데제과는 독특한 제품을 내놨다. 롯데제과의 대표적 효자상품인 ‘빼빼로’에 ‘카카오닙스’와 ‘깔라만시’를 첨가한 ‘빼빼로 카카오닙스’와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가 그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제과업계 최초로 AI를 통해 분석한 소비자 트렌드를 토대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점이다. IBM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이용해 8만여 개의 인터넷 사이트와 식품 관련 사이트에 게재된 1000만여 개의 소비자 반응과 각종 SNS 채널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분석해 식품·과자·초콜릿 등 카테고리별로 현재 소비자들이 좋아하거나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큰 소재와 맛을 도출해낸 것이다. AI의 결론은 카카오닙스와 ‘깔라만시’를 활용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신제품들은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깔라만시’를 적용한 초코파이와 찰떡파이, 롯데샌드도 출시돼 높은 인기를 끌었다.

롯데닷컴도 지난해 8월 상품추천, 음성주문, 배송 및 반품 안내 등을 안내하는 AI 서비스 ‘사만다’를 내놨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3월 AI 기반 챗봇을 바탕으로 1대 1 문의를 비롯해 업계 최초로 방송 편성표 기반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샬롯’을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카드 역시 기본적인 상담에 신용카드 관련 업무까지 수행하는 금융 챗봇 서비스 ‘로카’를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롯데월드타워에 최첨단 스마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오픈했다. 이 편의점은 롯데카드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Hand Pay) 시스템’을 비롯해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 ‘무인계산대’ ‘전자동 냉장 설비’ 등 각종 첨단 기술과 인프라가 집약된 AI 편의점이라 할 수 있다.

인재 등용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당시 서류전형에 AI 서비스를 활용한 평가를 도입했다. AI는 서류전형에서 ‘인재상에 대한 부합도’ ‘직무적합도’ ‘표결 여부’ 등 3가지 방향으로 지원서를 분석해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어울리는 우수 인재인지 판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롯데가 지난 2015년부터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옴니채널 구축 자산도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과 함께 빛을 발하고 있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쇼핑 환경이 유기적으로 융합해 소비자가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롯데는 픽업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 간편 결제,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 옴니세일즈 등 옴니채널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옴니세일즈’는 매장 내에 마련된 태블릿PC를 이용해 롯데하이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8만 종의 제품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이 매장에 왔는데 원하는 제품이 진열돼 있지 않을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옴니세일즈는 2016년 10월 잠실점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현재는 전국 469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제작후원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모비스, SK, LG전자, 롯데, 포스코, 한화, CJ

관련기사

임대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