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작업 존재 인정된다면 부정청탁당시 특정 필요없어” ‘영재센터’제3자 뇌물죄 인정 이재용부회장 2심판단과 갈려
롯데 면세점 특허 재취득관련 1심 ‘제3자뇌물죄 인정’ 유지
블랙리스트 작성·지시도 유죄
“탄핵으로 인한 국민고통 큰데 납득못할 변명·책임전가 일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부가 24일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을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으로 상향한 데에는 삼성 뇌물수수에서 묵시적 부정청탁 프레임을 인정한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뇌물 액수가 86억여 원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는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초 항소를 포기했던 만큼 선고 날에도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경영권 승계 묵시적 청탁 ‘인정’ = 박 전 대통령이 받은 18가지 혐의 가운데 형이 가장 무겁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던 지점은 삼성 뇌물수수 혐의다. 이날 박근혜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인정되기만 한다면 부정한 청탁 당시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다”며 포괄적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청탁 프레임’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제3자 뇌물죄를 인정,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측으로부터 받은 뇌물 총액은 박근혜 1심 72억여 원에서 이날 86억여 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이날 박근혜 2심은 박근혜 1심과 달리 삼성 측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의 보험료 2억 원 상당에 대해 “보험계약이 삼성 명의로 체결됐다”며 뇌물 액수에서 제외했다. 또 부정청탁 프레임을 인정하되,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대가성을 부정해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른 기업들처럼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금을 냈을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삼성 경영권 승계 프레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2015년 7월 박근혜와 이재용의 단독 면담부터 이재용 측의 핵심 현안은 지배권 강화였다”면서 “(삼성 등 대기업에) 우호적인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신속히 지배권 강화를 진행하기 위해서 감사 인사를 하고 승계작업에 대해 계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 등이 기록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혔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애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공소장에 의율했다. 이 부회장에게도 같은 액수의 뇌물 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이후 관련 재판부마다 삼성 뇌물 액수 인정액은 처음 89억여 원에서 36억여 원, 다시 72억여 원으로 상이했다. 제3자 뇌물혐의의 유무죄 판단 기준이 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과 포괄적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 프레임에 대한 인정 여부가 심급별 재판부별로 달라지면서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탄핵 국민 고통”… 롯데 신동빈 회장 항소심도 예측 가능 = 박근혜 2심은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의 탄핵으로 국민이 받은 고통은 큼에도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최순실에게 속았거나 비서실장이나 비서실이 행했다고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질책한 뒤 “나아가 피고인은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는 국민의 바람에도 반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피고인의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재취득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을 통해 70억 원을 받은 제3자 뇌물 혐의가 1심에 이어 유죄로 인정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재판 결과를 보면 신 회장의 재판 결과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이다.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신 회장은 항소심 피고인 신문에서 “2016년 3월 면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시인했지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신 회장 항소심 재판은 오는 29일 결심이 예정돼 있어 늦어도 10월 초쯤 선고가 나올 전망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에서도 대체로 원심 판단대로 유죄가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