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연수·일라이 부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H.O.T를 좋아했던 소녀는 이제는 아이돌 이름이나 이야기가 낯설다. 1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는 서로를 이해하기엔 버거울 수 있다. 그런데 지연수(여·38), 일라이(27) 부부는 달랐다. ‘11세 차이’ 공개 열애부터 결혼까지 이들 부부가 사는 이야기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들어봤다.

― 아이돌과 레이싱 모델의 만남! 항간에 소문도 참 많았어요.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사람 많은 평범한 모임에서 처음 만났어요. 별생각 없이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였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틈이 없었어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때 당시 남편(일라이)이 와서 먼저 이름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 어땠어요? 아이돌이 먼저 와서 말을 걸었는데…. 남다른 느낌이 있었나요?

“솔직히 처음엔 누군지 못 알아봤어요.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더라고요. 그래서 제 이름을 ‘마봉춘’이라고 얘기해줬어요. 남편은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이름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못하더라고요. 오히려 ‘봉춘 씨∼’라면서 해맑게 웃길래 ‘너 내 이름이 웃기니?’라고 쏴붙이고 돌아서려는데 대뜸 붙잡더니 하는 일, 나이, 전화번호 등을 묻더라고요. 그래서 ‘나 50세야’하고 번호를 줬죠.”

― 곧장 번호를 준 걸 보면 마음에 들었나 봐요.

“아뇨, 계좌번호였어요.(웃음) 너무 귀찮았거든요. ‘너 보이스피싱 아니? 그게 내 직업이야. 여기로 돈 보내면 된단다, 그리고 이런 거 되게 조심해야 해’라면서 놀렸어요.(웃음) 그때 남편도 그게 계좌번호인 걸 알고 황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는 지인을 통해 연락이 왔어요. 정말 저를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귀찮기만 했다던 일라이 씨를 연수 씨는 왜 받아줬을까.

“사귈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요. (남편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왔기 때문에 한국 생활도 쉽지 않았을 터고, 여러모로 많은 걸 도와줬어요. 특히 연애 고민을 많이 들어줬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장미꽃을 들고 고백해. 어떤 고백보다 진심이 전해질 거야’라고 알려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고백을 저에게 할 줄은 몰랐죠.”

스케줄이 끝난 어느 날 밤, 일라이 씨가 연수 씨를 조심스레 불렀다. 그리고는 수줍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그때 고백을 떠올리면 연수 씨는 지금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고. “제 얘기를 단 한 번도 허투루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쉽지는 않았다. 나이 차는 물론 아이돌 남편과의 연애는 언제나 스펙터클했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연애했다. 하지만 연수 씨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현실적인 고민에 빠졌다.

― 위기가 있었을 거 같아요.

“아예 없진 않았어요. 스케줄도 빡빡하고, 무엇보다 주변 시선도 걱정됐죠.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많아지니까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번이고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죠.”

그때 만약 헤어졌다면, 지금의 지연수는 없었을 거라고 했다.

“(남편은) 3년 연애 기간 동안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어요.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이죠. 결혼하자는 약속도 장난처럼 한 게 아니라 ‘내가 너를 꼭 지켜줄게, 그리고 내 꿈은 너의 남편이 되는 거야’라고 했던 사람이에요. 그 말이 제일 좋았어요.”

부부의 SNS는 이제 아들 사진으로 가득하다. 잘나가는 아이돌, 팬층 두꺼운 레이싱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진 채 ‘민수 엄마, 아빠’라고 불리는 요즘이 더 즐겁다는 두 사람.

“아이가 태어난 뒤로 새 세상을 마주한 기분이에요. 민수 엄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 역시 ‘지연수 남편 일라이’ ‘민수 아빠’라고 불리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답니다.”

sum-lab@naver.com


※ 해당 기사는 지난 한 주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커플 이야기를 보시려면 모바일 인터넷 창에 naver.me/love를 입력해 네이버 연애·결혼판을 설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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