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히르 데사이 교수는 금융을 비난하면, 금융산업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고, 금융 종사자들의 행태는 더 저열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며 금융이 더 나은 일을 하게 하려면 금융이 추구하는 이상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시스
미히르 데사이 교수는 금융을 비난하면, 금융산업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고, 금융 종사자들의 행태는 더 저열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며 금융이 더 나은 일을 하게 하려면 금융이 추구하는 이상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시스

- 금융의 모험 / 미히르 데사이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그래프·수식대신 인문학 이용
대중문화·철학 통해 개념설명

‘오만과편견’속 연인 간 갈등
금융옵션 상품 선택과 오버랩

적확한 사례·철학적사유 통해
금융산업 관한 불신 해소시켜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최고의 경제 수업’으로 꼽히는 미히르 데사이 금융학 교수의 강의. 데사이 교수가 그 강의에서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어머니에게 금융에 관해 설명해줄 수 없다면, 스스로 금융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금융은 어지러운 약어와 암호 같은 공식, 숫자로 가득한 스프레드시트의 장막 뒤에 있는데,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운명과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
운명과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
데사이 교수의 이 책이야말로 이런 자신의 평소 지론에 맞춰 금융의 개념과 이해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역작이다. 복잡한 금융을 ‘어머니에게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저자는 난해한 그래프와 수식 대신 인문학을 들고 나왔다. 영화와 문학, 역사, 철학은 물론이고 대중문화와 사회적 논쟁, 사건 사고 등을 적재적소에 끌어들여 금융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가 리스크와 보험의 기초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을 보자. 저자는 추리소설 ‘몰타의 매’의 책장을 넘기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설 속에는 부동산업자가 등장한다. 건설현장에 떨어진 강철 기둥에 맞아 죽을 뻔한 그는 ‘알 수 없는 우연’이 삶을 지배한다고 믿고 무작정 떠났지만 결국 새 가족을 꾸려 정착한다. 우연한 사고로 부유(浮遊)하다가 결국 정착을 택한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리스크는 우연으로 발생하지만, 질서 없어 보이는 리스크도 어떤 패턴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 이 패턴을 읽어내 이로운 쪽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편이 바로 금융이라는 게 저자가 내리는 정의다.

추리소설의 우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금융 공학 초창기이던 18세기에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프랑스의 연금보험 판매가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했는지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실용주의와 기호학, 현대 통계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가 우연을 규칙에 따라 이해하고 분석해 현대금융의 토대를 놓는 과정도 들여다본다. 고대 로마 시대 운명과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를 등장시키고 파스칼과 페르마의 도박의 ‘점수 문제’를 소개하는가 하면 우생학과 숙명론까지 기웃거린다. 심지어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양다리를 걸치며 갈등하는 연인의 모습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금융의 옵션 상품으로 오버랩시키기도 한다.

금융의 속성이나 원리 등을 다양한 인문학 텍스트에서 찾아내고 해석하는 저자의 통섭적인 지식도 감탄할 만하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복잡한 원리와 이론을 쉽게 전달하려다 자칫 범할 수 있는 오독이나 과장 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오히려 인문학에서 차용한 적확한 사례와 적절한 설명이 단순한 비유 차원을 넘어 금융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인문학으로 금융을 설명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금융에 대한 세간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것. 돈과 탐욕이 지배한다고 간주되는 금융의 세계가, 실은 올바른 삶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가장 인문적 활동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금융을 비난하고 폄훼하는 시선은 금융산업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열망이 사그라진 금융 종사자들의 행태는 저열해진다. 그 결과 금융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더 추락하고 마는 악순환이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 그래 봐야 ‘얻을 게 뭐가 있냐’는 반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금융이 더 나은 일을 하게 하려면 금융이 추구하는 이상과 수행하는 미덕을 인문학을 통해 다시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프레드시트와 산식(算式)으로는 배울 수 없는 이야기다. 364쪽, 1만8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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