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대 인문대학 옆 교정의 꽃밭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꽃밭은 박 교수가 포함된 교수 동아리가 가꾸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대 인문대학 옆 교정의 꽃밭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꽃밭은 박 교수가 포함된 교수 동아리가 가꾸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석·박사 논문 주제가 모두 영국사였을 만큼 자본주의와 의회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영국에 천착해 온 대표적인 사학자다. ‘영국사 : 보수와 개혁의 드라마’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중간은 없다 : 마거릿 대처의 생애와 정치’ ‘슬픈 아일랜드’ ‘제국주의 : 신화와 현실’ ‘정당의 생명력 : 영국 보수당’ 등 그의 저서 대부분도 영국사를 다뤘다.

한국 학계에선 영국사 전공자도 드물지만, 박 교수처럼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학자를 찾아보기란 더 힘들다. 박 교수는 그 원인을 우리 학계의 ‘지식 편식’ 세태에서 찾았다. 그는 지난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역사 관련 학회 회원 80%가 좌파라는 얘기가 있다”며 “사학계의 지식 편식이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고 씁쓸해했다. 박 교수는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다룬 ‘정당의 생명력’의 경우 언론과 정치권에선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학회에선 단 한 건의 서평도 나온 적이 없다. 보수에 대해선 아예 관심을 안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다 보니 자기계발서가 몇 십만 권씩 팔려나가는 와중에도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다룬 책은 5000권도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로 정년을 맞은 박 교수는 앞으로도 대중 역사서 집필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장 해군력을 바탕으로 제국으로 발돋움한 영국사를 그린 ‘제국의 품격’이라는 책이 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후에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다. 박 교수는 “얼마 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과 영국 의회를 다룬) 영화 ‘다키스트 아워’ 관련 강연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는데, 20세기의 위대한 정치인으로 꼽히는 처칠 전 총리 관련 책이 국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우리 학자나 정치인들이 보수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처칠과 대처 등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5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학사·석사,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박사 △미국 프랫대 교수 △인하대 교수 △서울대 교수, 중앙도서관장 △국사편찬위원 △영국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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