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 내몰리는 선진국 사람들
홍콩 ‘맥도날드 난민’ 6배 증가
57% 직업 있지만 집값 못당해
창문·에어컨 없는 주택 탈출도
美대도시로 ‘車노숙’점점 확산
억대연봉 받아도 집 구하지 못해
10년간 車거주금지 위반 2배↑
호주 멜버른 ‘車생활’허가 논란
인권단체 요구에 임시 규제완화
지역 주민들, 범죄 우려에 반발
전쟁이나 종족분쟁, 경제난 등을 이유로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 등에서 발생하는 난민 문제가 최근 지구촌의 최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하지만 난민은 꼭 저개발국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4533달러에 달하는 홍콩이나 세계 1위 경제국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값비싼 주택 가격에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관리비 부담으로 이른바 ‘주거 난민’이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5년 새 6배 늘어난 홍콩의 ‘맥난민’= 23일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홍콩에서는 집 대신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인 맥도날드에서 잠자는 시민들을 가리켜 ‘맥난민(McRefugees)’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국제청년회의소(JCI)가 지난 6월과 7월 홍콩 시내에 산재한 110개 맥도날드 매장을 조사한 결과 맥난민 수는 334명에 달했다. 2013년 같은 조사에서 57명의 맥난민이 보고됐던 것에 비해 5년 새 약 6배로 증가한 수치다. 홍콩 맥난민 중 57%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주택 구입비용 및 관리비 압박 때문에 집에서 나와 살고 있다. JCI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 구입비용은 1997년 1㎡당 770달러(약 86만 원)에서 지난해 1700달러(190만 원)로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공공 임대주택 사정도 열악해 3월 기준으로 임대주택 대기자만 27만 명에 달하며, 노인들도 임대주택 신청 후 입주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5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난민 중에는 공공 임대주택 거주자도 있지만 임대주택 중 상당수는 창문과 에어컨 등 냉방시스템이 없는 허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택에 입주했지만 고액의 관리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맥도날드에서 밤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제니퍼 훙 신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맥난민 중에는 돌아갈 집이 있지만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생활하기보다 냉방시스템과 무료 와이파이(Wi-Fi)가 갖춰진 맥도날드에 머물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서 시작된 자동차 노숙, 미국 전역으로 확대 = 수년 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고도 집을 구하지 못해 차 안에서 노숙하는 직장인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주택 가격이 비싼 다른 대도시로 자동차 노숙이 확산되고 있다. CBS는 인구조사 통계를 근거로 지난해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자동차 노숙자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46% 늘었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영리단체 빈민을 위한 법률구조센터(NLCHP)가 미국 내 187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차량 거주금지를 위반한 건수는 2배 이상 늘었다. 미국에서는 당국의 허가 없이 차에서 노숙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살인적인 주택 가격 때문에 집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차로 몰린 것이다.
자동차 노숙이 늘면서 이들로 인한 범죄 위험도 제기되고 있지만 주택 수는 한정돼 있어 상당 기간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차량 노숙자 중 상당수는 직장을 갖고 있지만 현재 미국 내에 부족한 임대주택 수가 720만 채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노숙 허용 놓고 갈등 벌이는 호주 = 지난해 15%대 부동산가격 상승률을 기록한 호주 멜버른에서는 자동차 노숙 허용 문제를 두고 주민과 노숙자·인권단체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더오스트리안에 따르면 최근 호주 멜버른 시의회는 한시적으로 차량 노숙을 허용하는 대신 앨버트 파크 등 시 중심부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외곽으로 이주시키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시의회가 노숙 차량 철거법안을 통과시킨 후 인권단체들의 잇단 항의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정반대로 주민 반대에 부닥친 셈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노숙자들이 유입될 경우 범죄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숙자들 역시 임시적으로 차량 노숙이 허용된 데 안도하면서도 일부는 시 외곽으로의 이주에 반발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