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프로에게 본격 레슨 받아
30년 구력에 ‘79타’가 베스트
88 ~ 92타 오가는 보기플레이어
구릿빛 얼굴 방송 나갈 수 없어
여름 라운드땐 ‘복면’ 중무장
부킹은 공연 만큼 중요한 약속
노래와 골프는 내 인생 동반자
‘트로트 황제’ 태진아(66)에게 골프는 자신의 히트곡 ‘동반자’처럼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 그래서 그는 마이크를 잡을 힘이 있을 때까지 노래와 골프를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 4라운드가 열린 지난 19일 경남 양산의 통도 파인 이스트CC 클럽하우스에서 가수 태진아를 만났다. 골프 마니아로 정평 난 그는 대회를 주최한 김영일 동아회원권그룹 회장을 막역한 동생으로 대하는 사이. 2년 전부터 이 회사 홍보모델로 활동해왔다. 그는 이런 인연으로 14일 프로암대회에도 나와 김형성 프로와 함께 라운드를 마쳤고, 이날 시상식 참가를 위해 서울에서 일찌감치 이곳 대회장을 찾았던 것.
태진아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 수백 명이 그의 친필 사인 CD를 받기 위해 불볕더위에도 클럽하우스 앞에 길게 줄을 서 북새통을 이뤘다. 때마침 그는 최근 김영광 작곡가가 만든 ‘사랑엔 답이 없네요’와 박성훈 작곡가의 ‘사랑 꽃 피워 보자’ 등 신곡 홍보도 톡톡히 했다. 그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시상식에 참가해 우승자 김태훈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했다.
태진아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30년 전이다. 미국에서 살던 그는 1989년 ‘옥경이’를 불러 크게 성공하면서 정상급 가수로 발돋움했고,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출연 섭외가 봇물 터지듯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해야 했기에 객지에 머물곤 했다. 경북 경주에서 공연을 마쳤을 때였다. 지인이 회식자리에서 “내일 아침에 운동이나 하자”고 제안했고, 다음 날 경주CC로 갔다. 미국에서조차 여력이 안 돼 골프채 한번 잡지 못했던 그였다. 낭패였다. 때마침 이 골프장 헤드 프로였던 고우순 프로의 도움을 받아 즉석에서 10여 분 동안 그립 잡는 법에서부터 퍼팅하는 방법까지 설명을 듣고 첫 라운드를 마쳤다.
이게 인연이 돼 공연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했던 고 프로를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에 자주 갔고, 여러 차례 저녁 모임을 함께했다.
그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김종덕 프로에게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김 프로를 후원해주던 일본 현지 교포 등 기업인 소개로 자주 만났다. 그는 서울에 있다가도 김 프로가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면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주말 라운드를 함께했다. 이렇게 수년 동안 친분을 유지한 덕에 김 프로에게 쇼트 게임 등 골프기술을 배웠고 기량이 많이 늘었다.
태진아는 20년 전 딱 한 번 79타를 쳐 ‘싱글 패’를 받은 적이 있다. 경기 용인의 관악 CC에서다. 그날따라 치는 족족 홀로 들어갔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후 80대 벽을 넘지 못했고, 요즘 88∼92타 정도를 오락가락하는 전형적인 ‘보기 플레이어’다. 예전부터 비거리 고민이 많았던 그는 2년 전부터 고반발 드라이버를 사용하면서 180m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여름 골프는 질색한다. 방송에 구릿빛 얼굴로 출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 몇 달 동안 골프를 건너뛸 수도 없어 ‘복면’에 가까운 중무장을 하고 라운드에 나서는 편.
태진아는 지금껏 살면서 잘한 것 몇 가지를 꼽았다. 결혼, 자식 농사, 가수. 그리고 골프를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골프는 공연 다음으로 중요시하는 약속이다. 그의 주변에 열혈 골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동료 연예인들과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자주 동반하지 못하고, 골프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주로 어울린다. 전화 한 통화로 서너 팀을 꾸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장담했다. 늦은 밤에야 일정을 마치는 경우가 많은 그는 지방 공연 때면 새벽 골프로 하루를 시작한다. 좋은 공기를 맡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골프장에서 서너 홀 걷다 보면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 공연 때면 현지에 주로 오전에 도착하는 비행편을 선택한다. 공항 도착 후 곧바로 골프장에서 라운드하고 나면 시차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 가수 데뷔 45년이 되다 보니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지인과 팬들로 여러 팀을 꾸려 골프장에 갈 때가 많다.
태진아는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자리한 자신 소유의 빌딩에 디저트 카페 K212(그는 ‘케이 투 원 투’라 불렀다)를 오픈했다. 상호는 그가 예전에 살았던 미국 뉴욕 맨해튼 지역 전화번호 앞에 코리아 약자를 붙인 것으로 어려웠던 미국 생활을 기억하며 초심을 잃지 말고 살자는 취지다. 그는 최근 처음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상천외한 ‘우유콜라라면’을 선보여 웃음을 선사, 예능 출연 섭외도 줄을 잇고 있다. 그는 매년 신곡 2∼3곡을 발표했으며 60개가 넘는 정규 앨범에 발표한 것만 1000여 곡이나 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히트곡은 30곡이 넘는다.
태진아는 “동반자가 아무리 멀리 쳐도, 내가 욕심부리지 않고 잘 치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 골프”라며 “그래서 골프를 좋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삶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던 골프가 어떤 때엔 정말 생각대로 맞아 들어가는 예측불허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게 내리막과 오르막을 걸었던 자신의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때의 어려움을 딛고 지금까지 최고 인기 가수로 30년 동안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노력이지만, 그때마다 사랑해준 ‘팬심’이 행운으로 작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골프에서 기막힌 행운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아직 홀인원 한 번 못 해 봤기 때문. 그동안 티샷한 공이 깃대 앞에 떨어져 멈춰 서거나 홀 앞을 비껴간 것만 20차례가 넘는다고.
그는 “만일 선택할 수만 있다면 홀인원과 자신의 히트곡 3곡 정도와 맞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었다.
양산=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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