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참 고마운 존재다. 우리가 쓰는 말의 의미, 용법, 역사 등의 정보를 한꺼번에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전에도 오류가 있어서 신뢰에 흠이 가기도 한다. 특히 ‘의미’ 기술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데, ‘까치놀’도 그런 예 중 하나다.

‘표준국어대사전’(1999)에서는 ‘까치놀’을 ‘석양을 받은 먼바다의 수평선에서 번득거리는 노을’로 풀이한다. 곧 이를 ‘노을(霞)’의 일종으로 파악한 것이다. 그런데 ‘까치놀’은 ‘노을’이 아니라 ‘파도’ 이름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잘못된 기술이다.

이 단어는 18세기 초 문헌에 ‘가치노을’로 처음 보인다. 이는 ‘가치’와 ‘노을’이 결합된 단어인데, ‘가치’는 지금의 ‘까치(鵲)’의 이전 어형이고, ‘노을’은 ‘너울(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과 같은 말이어서 ‘가치의 모습을 닮은 너울’로 해석된다. 노을이 질 무렵 멀리서 까치 떼가 날아오르듯 희끗희끗 물결치는 파도를 그렇게 부른 것이다. 예전 문헌에서 ‘까치놀’을 ‘鵲(작루)’ 또는 ‘白頭波(백두파)’라 표현한 것을 보면 이를 ‘파도’의 하나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8세기의 ‘가치노을’은 ‘까치노을’ 또는 ‘까치놀’로 변한다. 그런데 현재 ‘까치노을’과 ‘까치놀’은 ‘파도’가 아니라 ‘노을’ 이름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이런 오류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1950년대 문헌에 잘못 쓰인 예가 처음 발견된다. ‘까치’와 ‘노을’이 전혀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까치노을’과 ‘까치놀’을 ‘노을’의 하나로 착각한 것은 ‘너울’을 뜻하는 ‘노을’과 ‘놀’에 대한 어원 의식이 희박해지면서 이들과 동음 관계에 있는 ‘노을’과 ‘놀’에 이끌렸기 때문일 것이다. ‘까치놀’이 노을이 지는 석양 무렵에 이는 파도라는 점에서 더욱 쉽게 ‘노을’에 견인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 용법의 잘못을 사전이 바로잡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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