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많이 들고 PPL도 한계
TV 사극이 사라졌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 속에서 높은 제작비를 부담해야 하는 사극 제작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올해 지상파에서 편성한 사극은 ‘0’편이다.
사극은 드라마 시장의 보고(寶庫)였다. 고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거나, 역사 속 한 줄 기록에 상상력을 덧댄 사극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대장금’ ‘허준’ ‘용의 눈물’ ‘주몽’ ‘뿌리깊은 나무’(사진) 등이 30∼50%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불렸고 해외에도 수출돼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높였다.
반면 올해 제작된 사극은 단 2편이다. 그나마도 지상파는 아니다.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도 정통 사극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상반기에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방송된 ‘대군’이 유일했다. 하반기 편성된 사극 역시 9월 방송되는 tvN ‘백일의 낭군님’뿐이다. 대하사극을 꾸준히 제작해온 KBS 1TV 역시 2016년 방송한 ‘장영실’ 이후 2년 넘게 사극 제작을 중단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2017년에는 KBS 2TV ‘7일의 왕비’, MBC ‘군주-가면의 주인’과 ‘왕은 사랑한다’, SBS ‘엽기적인 그녀’ 등 지상파 3사 모두 사극을 주중 미니시리즈로 편성했다. tvN에는 의학 사극 ‘명불허전’이 있었다.
사극 제작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외주 제작사들은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사극은 세트장 제작뿐만 아니라 의상, 분장, 소품 비용 등이 현대극보다 높다. 준비 및 촬영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제작비 또한 상승한다. 게다가 드라마 속 단골 제품간접광고(PPL)인 휴대전화, 자동차, 커피숍, 화장품 등을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에 제작비 수급이 더 힘들다.
한 외주 제작사 대표는 “이런 제작 환경을 고려해 방송사가 더 많은 제작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사극 제작을 주도하던 지상파 역시 영향력이 약화되고 광고 수주가 줄면서 드라마 제작비 또한 낮추는 분위기”라며 “결국 제작비가 현대극보다 현저히 높은 사극 제작을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주 52시간 시대’가 열리며 사극은 더욱 ‘비싼 몸’이 됐다. 사극은 대부분 지방에서 촬영된다. 세트장 역시 부지 임차료가 싼 지방에 주로 짓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동 및 대기 시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고, 스태프들이 이를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면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솟는다.
사극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수요는 여전하다. TV조선이 3년 만에 내놓은 ‘대군’의 마지막 회 시청률이 5.627%를 기록해 TV조선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 그 방증이다. 가뭄에 콩 나듯 제작되는 사극에 목마른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뜻 사극을 제작하겠다고 나서는 외주 제작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다른 외주 제작사 대표는 “손해 보며 제작할 수는 없지 않냐”며 “장르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스태프의 제작 여건을 개선하면서 사극을 제작할 수 있도록 방송사들이 제작비를 현실화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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