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만난 이명현 대표는 올해 말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도 장대익 교수와 함께하는 밤샘 책 읽기가 진행됐다.  김동훈 기자 dhk@
28일 서울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만난 이명현 대표는 올해 말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도 장대익 교수와 함께하는 밤샘 책 읽기가 진행됐다. 김동훈 기자 dhk@
과학책 서평에세이집 ‘…과학책방’ 펴낸 이명현씨

“책에 대한 최소한 예의 ‘정독’
심근경색후 가장 꼼꼼히 읽어”

오탈자·띄어쓰기 지적서 방증
갈릴레오·아인슈타인·호킹…
과학·과학자 얘기 ‘자유롭게’
과학계 내부자로서 쓴소리도

“고민·방황할 권리 뺏는것같아
책 교훈·숨은의도 찾기 안해”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가 과학책 서평에세이 55편을 묶어 ‘이명현의 과학책방’(사월의책)을 출간했다.

‘서평집’이 아니라 ‘서평 에세이’라는 데에 다른 서평집과 구별되는 이 책만의 특별함이 있다. 보통의 서평이 책에 대한 정보 전달과 비평이 출발인 동시에 목적지라면 ‘그의 과학책방’은 책에서 출발하지만 목적지를 정해 두지 않았다. “과학책을 펼쳐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마음이 기우는 대로 자유롭게 썼다”고 그는 말한다.

어린 시절 맞벌이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골목길에서 올려다본 금성에서 시작된 천문학 성장담이 풀려나오고, 겨울밤 눈 위에 누워 별을 보며 별 이야기를 이어갔던 기억 같은 별과 함께한 시간 그리고 갈릴레오부터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에 이르는 숱한 과학과 과학자의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흘러간다. 어려서 책을 탐독하고,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 활동을 하며 천문학자 아니면 극작가를 꿈꿨던 그답게 글은 유려하고 아름답게 흘러가, 책을 호소력 있는 산문집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서평에서 책 내용을 이야기하기 싫었고, 교훈이나 숨은 의도를 찾기도 싫었다. 상대의 고민이나 생각, 방황의 권리를 빼앗는 것도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마음이 동하면 읽어주세요. 그런 정도다.”

과학책방에 묶인 글들은 그가 “어렵고 외로웠던 시절, 생존을 위해 썼던 글”이기도 하다. 그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연구교수와 천문대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한 인터넷 신문의 서평 편집위원을 맡아 쓰기 시작한 과학책 서평들이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10년 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결국 학교와 연구소에서 은퇴해야 했고,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 유일하게 했던 작업이 이 서평이었다. “힘들게 숨을 고르며 책을 읽고 떨리는 손가락에 힘을 주며 자판을 두드렸다. 역설적이지만 이때처럼 책을 정독해서 읽고 혼신을 다해 쓴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표현한 ‘정독’은 과학적 사실관계가 틀리는 것은 물론 오·탈자와 띄어쓰기에 대한 지적으로 그 흔적을 드러낸다. 서평들이 흔히 칭찬 위주인 것과 달리 틀린 것은 물론 부족한 부분도 집어낸다. 국내 과학자 필자들과 연결되기 마련인 ‘과학계 내부자’로 쓴소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역시 물 흐르듯 풀어낸다. 이 때문에 당시 그의 글은 꽤 화제가 돼 여러 출판사로부터 출간 의뢰를 받았는데 이제야 책이 나왔다.

“꼭 책으로 내야 하나 싶었다.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었다”는 그는 이번에도 ‘새 원고 추가나 수정은 없다’는 조건으로 책을 냈다. 연도 등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수정했지만 그때 쓴 글은 그때의 글로 그대로 남겨 두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서평 대상이 된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 국내 필자들의 책들은 여전히 유효한 책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6월 본격 시작한 책방 ‘갈다’ 일로 바쁘다. ‘갈다’는 장대익 서울대 교수 등 과학자, 과학 저술가 등 110명이 주주로 참가해 서울 삼청동에 연 과학전문책방이다. “막상 해보니 기대보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서 놀랐다. 과학책을 많이 읽은 독자와 과학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를 위한 책이 달라 큐레이션이 고민이다”는 그는 결국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라고 했다. 출발이 나쁘진 않다. ‘칼 세이건 같이 읽기’는 매진됐고, 곧 올리버 색스 같이 읽기, 호킹 같이 읽기도 시작한다. 직접 만들어 보는 ‘메이커’ 같은 새로운 방식의 과학에 대한 접근도 시도하고, 과학연구소와의 협업, 과학 기부 운동 등 새로운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골목길에서 올려다본 샛별과, 아폴로 11호 달 착륙에 매혹돼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참가하고 외국전문잡지를 뒤지며 꿈을 키웠던 그는 천문학자를 거쳐 지금은 과학저술가와 과학서점대표에 이르렀다. “지금도 하늘을 보면 어린 시절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의 설렘이 느껴지지만 망원경을 만들고 관측을 하는 아마추어 천문에서 은퇴했고, 현장 학자로서도 은퇴했다. 하지만 나의 분야는 변함없다. 여전히 별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별과 함께한 모든 일이 즐겁다.”

인터뷰 끝에 우주 관련 책 추천을 부탁했다. 그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대체하기 어려운 책으로 꼽으면서도 ‘코스모스’ 전에 국내 필자의 책을 먼저 읽기를 권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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