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이제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가 됐다. 이미 적지 않은 선진 산업국가들이 고령사회로 살아왔으니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라 할지 모르나, 우리나라는 가히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를 겪고 있어 걱정이 많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 자체보다는 고령화가 너무 빨리 진행되는 이유가 더 중요하다. 고령화의 한 축은 국민의 수명이 늘어난 것인데, 이는 삶이 나아져 얻은 성과라 자랑할 만하다. 문제는, 고령화의 다른 축인 저출산에 있다. 부부가 결혼해서 자녀를 단 한 명 낳고 마는 초저출산이 계속되니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노인인구 비율은 높아진다. 이렇듯 고령화가 노동인구 감소와 소비인구 감소로 이어지니 경제·사회적 파장이 만만찮다.
절반 가까운 노인이 빈곤층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고령층을 부양할 일이 가장 큰 과제다. 얼마 전 다시 불거진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은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용돈 연금’이 되지 않게 급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야 일리가 있지만,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세대들이 보험료 인상에 반발하는 것도 그럴 만해 보인다. 보험료를 내는 즉시 진료 혜택을 보는 건강보험과 달리 보험료를 내고 수십 년 있어야 혜택을 받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의 불안이 크다. 이런 국민의 불안에는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이 배어 있음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절반 가까이가 빈곤 상태인 지금, 노년층에 대해서는 소득 보장의 책임을 피하는 정부가 몇십 년 뒤에나 지킬 약속을 아무리 다짐한들 국민의 믿음을 얻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래 사회 연금 고갈 해법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일은 현재의 노인빈곤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캐나다의 경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노인빈곤 문제 해결에 성공했다. 그 해법은, 정부가 조세를 재원으로 모든 노인에게 최저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캐나다는 우리의 기초연금과 같은 제도로 대다수 노인에게 정액의 급여를 제공한다. 이 기초연금으로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는 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최저생계를 보장한다. 중산층 이상의 노인은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으로 한층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게 한다.
형식적으로는 우리도 캐나다와 같은 제도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 차이는, 정부가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느냐이다. 우리가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겨우 지급하기 훨씬 전부터 캐나다는 더 후한 기초연금을 세금으로 지급했다. 우리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시대에 뒤진 부양의무자를 고수하며 노인 중 10%도 안 되는 수급자에게 박한 지원을 할 때, 캐나다는 30% 넘는 노인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했다. 이렇게 빈곤 해소를 위한 재분배를 정부가 재정으로 책임지니 보험료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의 부담은 크게 준다. 이제 국민연금은 각자 낸 보험료만큼 혜택을 받는 제도로 자리 잡게 되니 세대 간 다툼의 소지도 별로 없다.
고령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문제가 노인연금만은 아니다. 하지만 고령화에 얽힌 많은 문제의 해법은 단순하다. 정부와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미루지 않고 해결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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