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사금융’ 피해 급증세

공정위 마크에 지자체 표기
대부업체 명함 마구 뿌려져
대부분 합법 가장한 광고물

‘무담보 무보증’ 문구만 믿고
돈 빌린 자영업자·대학생들
560% 고금리 뒤집어 쓰기도

SNS 메시지전송 등 수법 진화
미등록 대부업 신고 2배로 늘어
“협박 당할땐 녹음하고 신고를”


지난달 28일 상가가 밀집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서1로 일원에서 성남시청 지역경제과 직원들이 불법 사금융 광고전단을 수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지난달 28일 상가가 밀집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서1로 일원에서 성남시청 지역경제과 직원들이 불법 사금융 광고전단을 수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집중 단속 덕에 한동안 잠잠했던 불법 사금융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금융 소비자 스스로 조심해야 합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도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순간 수렁에 빠지게 되니까요.”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서1로 일대에 지역 대부업체들을 관리하는 성남시청 지역경제과 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례신도시가 개발된 이후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선 이곳은 시내에서 손꼽히는 신흥 번화가다. 대부업 실태 점검을 위해 나선 5명의 직원은 구획 별로 한 시간여에 걸쳐 상가 주변을 살폈다. 그 결과 20∼30장의 대부업체 광고전단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명함 크기의 광고전단에는 ‘무담보 무보증’ ‘자영업자 100% 대출’ ‘최저이자로 당일 빌려줍니다’ 등의 문구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마크와 지자체 부서명도 함께 적시돼 있었다. 겉보기엔 합법 대부업체로 보이지만, 명백한 불법 사금융 광고라는 게 성남시의 설명이다. 상가 앞에 떨어진 광고지들을 일일이 수거하던 방혜자 성남시 지역경제팀장은 “문구들만 보면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업체라고 오인하기 쉬운데 지난해부터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빈번하게 현장 출동을 한 이후 미등록 대부업체 활동이 크게 위축됐었다”며 “하지만 최근 거리에 뿌려지는 대부업체 광고 전단이 다시 늘어나고 있어 매주 현장에 나와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점검을 마친 직원들은 광고물에 적힌 전화 번호를 정리해 경기도청 소상공인과에 통보했다. 이 번호들은 불법 사금융 영업에 활용된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3개월 동안 이용이 정지된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등 여파로 고용 부진과 자영업자 영업난이 계속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해 은밀히 영업을 확대하는 대부업체들을 적발하고 서민 피해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성남시를 비롯한 각 시·군에서 불법 사금융 영업에 이용됐다며 이용 중지를 신청한 전화번호 건수는 2015년 367건에서 2016년 703건, 2017년 103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968건이 접수되면서 지난해 수치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로 접수된 미등록 대부업체 신고도 2015년 1220건에서 지난해 2818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 금감원에는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낭패를 봤던 피해자의 사례가 접수됐다. 급전이 절실했던 피해자가 1주일 후 상환을 조건으로 50만 원을 빌렸는데 대출 당일 선이자 명목으로 20만 원을 공제한 30만 원만 손에 쥘 수 있었다. 1주일 후 50만 원을 갚지 못하자 업체에선 “연체했으니 주당 15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다행히 피해자는 3주 만에 이자 45만 원을 내고 나서야 금감원에 신고해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달 1000여 건의 번호 이용중지 요청이 수시로 들어오고 있어 처리에 애를 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도 사채업자에게 2323만 원을 빌렸다가 원금을 포함해 2889만 원(연 금리 560.2%)의 이자를 내야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채업자는 채무자에게 은행 체크카드를 건네받아 계좌에서 직접 이자를 빼가는 수법으로 총 54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시 관계자는 “주로 영세한 자영업자나 대학생, 직장인 등이 피해를 본다”며 “화상경마장에서 베팅을 위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사채업자도 많은데, 이들에게서 원금의 수 배에 달하는 이자를 물어낸 피해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금감원의 근절 노력에도 합법을 가장한 미등록 대부업체의 마케팅 방식이 온라인 환경에 맞춰 교묘하게 서민들을 파고들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대출 카페나 페이스북 등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방식은 이미 고전적 방법이 됐다. 단속에 노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예 카페나 SNS에서 대출 상담을 원하는 회원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팩스로 시중 은행의 이름을 내세운 대출 광고를 보내는 형태로 진화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연락을 유도하기도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각 시·군과 일반인 제보 등을 통해 대부업 영업에 활용된 전화 번호를 수집 후 정지 요청을 하는데 그중엔 과거 정지됐던 번호가 재사용된 경우도 적지 않다”며 “업자들이 정지 기간이 풀린 후 다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혜자 팀장은 “전과가 있는 번호는 아예 못 쓰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전화 번호 이용정지에 대한 규정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법 사금융 이용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등록 대부업체 여부를 금감원이나 지자체에 확인 후 거래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광고를 보내온 업체와는 절대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 대출 중개 수수료 요구는 불법인 만큼 응하면 안 되고, 이미 지급한 경우 금감원에 신고해야 한다. 법정 최고 이자율(24%)을 초과한 이자는 반환을 요구하고,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 추심을 당할 때는 휴대전화로 상황을 녹화하거나 녹음하는 등 증거를 확보해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출 신청 전에 본인 소득과 이자 부담을 고려해 새희망홀씨나 햇살론, 미소금융 등을 먼저 신청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남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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