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감賞 박예진
엄마, 아빠! 못난이 딸 예진이예요. 너무 오랜만에 편지를 쓰려니깐 막 두근두근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엄마, 작년에 대장암 초기에 종양을 제거하여 중증환자로 등록되었을 때 기말고사 기간인데 공부도 안 하고 자습실에서 대장암에 좋다는 건 다 찾아보고 그러다가 엄청 울기도 했어요. 몰랐죠? 엄마도 힘들 텐데 늘 씩씩했던 딸이 한순간에 축 처져 버리면 더 슬플까 봐, 더 힘들까 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나 요즘 늦게 자잖아요. 화장실에 갔다가 엄마 방을 지나갈 때 숨은 쉬는지, 몸은 차갑지 않은지 일일이 다 확인해보고 잠들어요. 가끔 엄마가 내 옆에서 사라지는 꿈을 꾸는데 그때마다 새벽에 일어나서 울어요. 나랑 아직 많이 놀러 못 다녔는데 건강 관리 잘해서 꼭 오래오래 나랑 여러 나라 여행 다녀요.
딸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는 우리 아빠. 내가 아빠에 대해 모르는 게 꽤 많더라고요. 옛날에 아빠 가게에 놀러 갔을 때 그냥 아빠 차 안을 구경하다가 장애인증을 봤어요. ‘아빠 것’. 나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빠는 다른 아빠들과 다르게 한쪽 손이 이상한 거예요.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늘 조금은 구부러져 있고 손도 울퉁불퉁하고. 그게 장애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 나랑 진짜 약속 하나만 해요. 담배 그만 피우기로. 맨날 기침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그런 모습 난 진짜 보기 싫어요. 무서워요. 딸 결혼하는데 손잡고 들어가야죠. 요즘 아빠 되게 행복해 보여요. 친구들이랑 놀러도 다니고 집에 손님들 초대해서 밥도 같이 먹고, 또 등산도 하러 다니고 성당에서 성지순례도 다녀오고. 볼 때마다 ‘아, 이제야 아빠가 아빠의 인생을 살고 있구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를 위해 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아∼ 얼른 운전면허 따고 싶다! 엄마랑 아빠랑 여행 다니게. 딱 2년 아니 뭐 1년 6개월만 더 기다려줘요! 그 이후에는 엄마·아빠 모시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 다닐 거니깐! 각오하세요! 사랑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엄마, 아빠! 못난이 딸 예진이예요. 너무 오랜만에 편지를 쓰려니깐 막 두근두근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엄마, 작년에 대장암 초기에 종양을 제거하여 중증환자로 등록되었을 때 기말고사 기간인데 공부도 안 하고 자습실에서 대장암에 좋다는 건 다 찾아보고 그러다가 엄청 울기도 했어요. 몰랐죠? 엄마도 힘들 텐데 늘 씩씩했던 딸이 한순간에 축 처져 버리면 더 슬플까 봐, 더 힘들까 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나 요즘 늦게 자잖아요. 화장실에 갔다가 엄마 방을 지나갈 때 숨은 쉬는지, 몸은 차갑지 않은지 일일이 다 확인해보고 잠들어요. 가끔 엄마가 내 옆에서 사라지는 꿈을 꾸는데 그때마다 새벽에 일어나서 울어요. 나랑 아직 많이 놀러 못 다녔는데 건강 관리 잘해서 꼭 오래오래 나랑 여러 나라 여행 다녀요.
딸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는 우리 아빠. 내가 아빠에 대해 모르는 게 꽤 많더라고요. 옛날에 아빠 가게에 놀러 갔을 때 그냥 아빠 차 안을 구경하다가 장애인증을 봤어요. ‘아빠 것’. 나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빠는 다른 아빠들과 다르게 한쪽 손이 이상한 거예요.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늘 조금은 구부러져 있고 손도 울퉁불퉁하고. 그게 장애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 나랑 진짜 약속 하나만 해요. 담배 그만 피우기로. 맨날 기침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그런 모습 난 진짜 보기 싫어요. 무서워요. 딸 결혼하는데 손잡고 들어가야죠. 요즘 아빠 되게 행복해 보여요. 친구들이랑 놀러도 다니고 집에 손님들 초대해서 밥도 같이 먹고, 또 등산도 하러 다니고 성당에서 성지순례도 다녀오고. 볼 때마다 ‘아, 이제야 아빠가 아빠의 인생을 살고 있구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를 위해 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아∼ 얼른 운전면허 따고 싶다! 엄마랑 아빠랑 여행 다니게. 딱 2년 아니 뭐 1년 6개월만 더 기다려줘요! 그 이후에는 엄마·아빠 모시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 다닐 거니깐! 각오하세요! 사랑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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