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력 향상 목적 악용 조짐
AI에 인간의 윤리 가르쳐야”
“제로섬 게임 아닌 협업 통해
모든 것이 더 나아질 수 있어”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화일보 주최 국제포럼 ‘문화미래리포트(MFR) 2018’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악용을 막기 위해 인류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AI가 산업과 노동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기술 개발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한국에서 AI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등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해 해외 석학들과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AI와 인류’를 주제로 한 1세션 토론에서는 AI의 부정적 측면을 제어하기 위한 국제적 대응 방안과 AI 기술 개발의 윤리적 이슈에 논의가 집중됐다. 토론자로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AI가 줄 수 있는 긍정적 영향도 많지만, 경제적·군사적 강국들이 선점하고 있고 군사력 향상 목적으로 AI를 이용하려는 조짐도 없지 않다”며 “AI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국제인공지능기구, 약칭 IAIA를 만드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제안했고, 반 전 사무총장은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을 보고, 핵무기의 어마어마한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어낸 바 있다”며 “AI에 대해서도 유엔을 중심으로 논의해 빨리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1세션 기조강연을 한 맥스 테그마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역시 “유엔이 앞장서서 모종의 역할을 하는 데 찬성한다”며 “AI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고, 협업하면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의 윤리적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테그마크 교수는 “AI에게도 우리의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유치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것처럼 AI에게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2세션 ‘AI와 산업’, 3세션 ‘AI와 한국사회’에서는 AI 발전을 막는 우리나라의 규제 실태가 토론의 중심에 섰다.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한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데이터 개방을 막아 AI 발전과 벤처기업 성장에 큰 장애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경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은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우버도, 에어비앤비도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2세션 강연자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교수는 “기업가적 문화가 장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3세션 토론자로 나선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소장은 “5∼6년 동안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얘기했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은 “한국은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하자고 해도 여당 국회의원들이 안 된다고 들고 일어나고, 정부가 만든 규정에 따라 법을 집행하려는 기관들을 시민단체가 소송에 끌고 가는 나라”라며 “외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나라에 오면 70%는 작동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다”고 일갈했다.
김성훈·박수진·조재연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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