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부분 예선 통과만 기대
선수들·스태프 합심 큰 성과
길거리에선 팬들이 애정공세
11월8일부터 스즈키컵 출전
10월 중순 한국서 전지훈련
“히딩크 감독과 비교는 부담
연봉인상 여론은 감사의 의미”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박 감독은 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고, 보름 정도 국내에 머무를 예정이다. 박 감독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금의환향 소감을 듣고 싶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특별하게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아침 일찍 많은 취재진이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많은 국민께서 환영해주셔서 감사하고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 “조국인 대한민국에 오게 된 것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국민께서 베트남 축구에 성원을 보내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은 그해 12월 M-150컵에서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태국을 2-1로 꺾었다. 베트남이 태국을 꺾은 건 10년 만이었다.
올해 1월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로부터 3급 노동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베트남을 통일(1976년) 이후 처음으로 4강으로 이끌었다.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만났는데 그분이 ‘아시안게임은 예선만 통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면서 “(베트남 국민) 대부분이 아시안게임 목표를 예선 통과 정도로 생각했고 베트남 언론도 아시안게임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승부차기 접전을 펼쳐 4위가 됐지만 박 감독과 대표팀은 지난 2일 특별기를 타고 귀국했고 물대포 사열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았다. 수천 명이 박 감독과 베트남대표팀을 환영했으며 지난 3일엔 응우옌 총리의 초청으로 선수들과 함께 정부청사를 방문했다.
베트남 국민은 베트남축구를 단기간에 정상급으로 견인한 박 감독을 추앙하고 있다. 박 감독은 “아직 언어소통이 안 되지만 베트남 언론에 제 사진이나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건 알고 있다”면서 “그리고 길을 걷다 보면 대부분 국민이 제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오는 10월 25일이면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지 1년이 된다”면서 “저 혼자 힘으로는 이 모든 걸 감당할 순 없고 이영진 코치와 베트남 코치진, 스태프들이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코치진과 스태프는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있다”면서 “또 선수들은 저를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지휘에 잘 따라오고, 이렇게 모두가 합심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한편 향후 대표팀 훈련과 운영 등을 구상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베트남은 오는 11월 8일부터 12월 5일까지 동남아시아 10개국이 참가하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스즈키컵에 출전한다. 베트남은 2008년에 이어 10년 만에 정상에 도전한다. 박 감독은 “오는 10월 17일부터 열흘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K리그 일정이 있기에 1.5군 수준의 국내 팀들을 상대로 두 차례 정도 비공식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에선 벌써부터 사령탑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2년 4개월간 계약했다. 박 감독의 보수는 베트남 축구 사상 최고 대우로 알려졌지만, 보수 인상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베트남 매체 단 비에트에 따르면 박 감독의 월급은 2만2000 달러(약 2500만 원)이며, 동남아시아 국가 축구대표팀 사령탑 중 4번째로 많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재계약, 연봉 인상 여론과 관련, “선수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현재 상태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다”면서 “연봉 문제(인상 요구)는 감사함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향한 베트남의 시선은 무척 따뜻해졌다.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잡았고, 박 감독에겐 최고의 외교관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박 감독은 “그런 역할(외교관)을 어찌 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고, 또 베트남 축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축구팬, 국민은 아시안게임과 달리 스즈키컵엔 기대를 걸고 있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은 중요한 대회이고, (베트남에선) 기대감이 가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부담이 되지만, 걱정한다고 풀릴 것도 아니기에 즐기면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정신력을 자랑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항쟁하겠다는 마음, 목표 의식, 그리고 함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기술적으론 민첩성, 짧은 패스 연결 등이 장점이지만 아직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 기간 박 감독이 직접 선수의 발을 마사지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박 감독은 “팀 내 의무진이 2명밖에 없기에 선수가 직접 마사지하고 있어 도와줬을 뿐인데, 그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것 같다”면서 “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선수를 많이 혼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한국과 만났다. 4강전을 앞두고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박 감독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박 감독은 “조국의 국가가 나오는데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전 대한민국 국민이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고, 조국을 잊지 않으면서도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많이 비교된다’는 취재진의 질문엔 손을 저으면서 “비교 자체가 부담스럽고, (저는) 베트남 축구에 작은 발자취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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