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집회의 자유를 규정해 보장하고 있다.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으나, 다수의 사람이 이동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움직이는 집회로, 집회의 자유에 포함돼 보장된다. 표현의 자유 가운데 집회·시위의 자유는 다수의 사람이 모인다는 점에서 언론·출판의 자유보다 제한의 정도가 강하다. 그래서 독일의 헌법인 기본법은 폭력적인 시위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근대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는 1948년 건국 이후 오랜 기간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의 민주주의를 구축했다. 과거 독재·권위 정부 하에서 민주화를 위한 방법은 집회와 시위를 통해 저항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당한 공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폭력도 허용됐고, 때로는 과도한 폭력도 민주화란 이름 아래에서 용인됐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정당한 법의 논리가 적용되면서 형식적인 법치는 부정됐다.

1987년 제9차 개정 헌법의 시대에 들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30년 동안 정권교체와 선거제도의 확립으로 민주주의는 발전했다. 그리고 2번의 탄핵심판은 국가권력의 중심이고 권위의 상징이던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 앞에서는 수범자일 뿐임을 확인했다.

최근 경찰은 그동안 거부했던 법원의 강제 조정안을 수용해 불법시위 주최 측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을 포기했다. 경찰 버스·장비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것이므로 불법시위로 파손된다면, 시위 측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헌법은 불법 폭력시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이를 스스로 포기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임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지난 6월 재판부가 제시했던 경찰과 집회 측의 민·형사소송 포기, 상호 유감 표명, 소송 비용의 각자 부담 등 조정안을 거부했다. 그런데 재판부의 ‘금전 배상 없는 피고의 유감 표명’ 재조정안을 수용했다.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개인 간의 사적 영역의 법률 분쟁이 아니라, 공권력과 시위대가 충돌해 물적·인적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엄정하게 법에 따라 처리됐어야 한다. 물론 재판부가 당시 시위 진압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했던 경찰의 최루액 혼합 살수를 문제로 지적해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점은 있다. 또한, 재판부는 경찰의 물적·인적 피해가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당일 집회였고 이에 대한 국가 책임이 최근 법원에서 인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불법 폭력시위와 과도한 공권력의 행사는 구분해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누구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폭력이 수반된 불법시위는 헌법 질서에서 보장될 수 없다. 시위가 아무리 정당한 목적이라고 해도 폭력시위가 된다면 그 목적도 훼손돼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불법시위에 대응하는 공권력에 폭력을 행사하고 시설과 장비를 훼손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다. 만약 공권력의 대응이 위법이라면 그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한 방법이다. 불법 폭력시위는 오히려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면서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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