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현장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기록한 보도 사진계 거장인 김천길 전 AP 기자가 7일 새벽 지병으로 미국 뉴욕에서 별세했다. 89세.

고인은 1929년 일본 규슈(九州)에서 태어나 해방 직후 한국으로 건너왔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난 직후 AP통신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미국에서 온 AP 기자들의 취재를 돕다 정식 기자로 채용됐다. 고인은 AP통신 서울지국에서 40년 가까이 데스크와 기자의 역할을 하며 6·25 전쟁 직후 국내 혼란상을 비롯해 이승만 대통령 하야, 4·19혁명, 5·16군사정변, 6·3항쟁, 10월 유신, 10·26사건 이후 ‘서울의 봄’,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남북대화 등을 기록해 세계에 알렸다.

특히 5·16군사정변 직후 박정희 장군과 차지철, 박종규 등 군사정변 주역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지지 시가행진을 바라보는 장면(큰 사진)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승만을 비롯해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가까이에서 취재했으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 시절 가택 연금을 당했을 때는 매일 동교동과 상도동에 들러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정치적인 사건 이외에도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상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1987년 AP통신을 퇴사한 후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미국 타임지 포토에디터로 활동했다. 1993년 미국 이민 길에 올라 뉴욕에 거주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정애 씨와 자녀 김진홍(재미)·구철(문화일보 문화부 부장)·진아 (안나수이디자이너) 씨와 며느리 이민주 씨 등이 있다. 장례는 미국 뉴욕에서 치러지며, 발인은 8일 오후 10시. 식장 연락처는 미국 718-353-2424.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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