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보다 아마추어 골퍼는 골프를 하면서 고의든, 무지든 속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골프 초창기 역사를 보면 정반대였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처음으로 함께한 1861년 브리티시오픈에서 규칙 위반을 감시하고 스코어를 체크하는 마커는 프로들만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당시 주최 측인 ‘젠틀맨 클럽’은 아마추어는 스코어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만, 프로는 타수를 속일 거라고 의심했던 것이죠. 당시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명예가 가장 중요했고 프로들에겐 돈이 가장 큰 가치였습니다. 실제 프로들은 내기 골프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많은 속임수를 썼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최근 프로 선수들의 속임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영국의 전문매체 ‘골프 매직’은 10월호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프로 절반 가까이가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익명으로 진행된 프로들의 응답을 보면 PGA 투어 프로 44%가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부정행위를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는 몇 해 전 미국 듀크대에서 1만5000명의 아마추어 골퍼를 상대로 ‘라운드할 때 얼마나 정직하게 플레이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골프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답한 것보다 더 놀랍습니다. 심각한 것은 설문 조사에 참여한 선수 대부분이 부정행위를 목격하고도 경기위원회에 신고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 비제이 싱의 전직 캐디는 인터뷰에서 “PGA투어의 거의 모든 라운드에서 부정행위가 일어난다”며 “대부분 그린 위에서 부정행위가 자행된다”고 폭로했습니다. 볼 마크를 하면서 홀 가까이 놓는 이른바 ‘동전 치기’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아마추어의 친선라운드에서 동반자가 나무 뒤나 어려운 위치에 놓인 볼을 슬쩍 옮겨놓거나, 홀과 1m 남짓한 거리의 퍼트를 그냥 걷어 올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도 자주 봤습니다. 만화작가 브루스 렌스키는 ‘조사해보면 골퍼의 80%가 라운드 중에 속임수를 쓴다고 답한다. 나머지 20%는 거짓말쟁이다’라며 골퍼들의 속임수가 일상화됐음을 꼬집었습니다.

사실 골프만큼 속이기 쉬운 게임도 없습니다. 그러나 남을 속였을 때 골프처럼 경멸을 당하는 게임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함께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고, 무엇보다 남을 자주 속이다 보면 자신의 인생도 속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 ‘정직한 게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어쩌면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란 역설일지도 모릅니다.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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