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개 전제조건 수용한다면
외교관계 수립·經協·TS포기”


“우리는 북한에 세 가지를 요구해야 한다. 첫째, 핵 개발 완전 포기. 둘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속적 사찰과 남북이 합의한 대로 상호 사찰 수용. 셋째, 언제든지 남한에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휴전선 군사 배치 변경. 이 조건들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북한에 다음 세 가지를 해 줄 수 있다. 첫째, 외교 관계 수립. 둘째, 정당한 경제 협력. 셋째, 팀스피릿 훈련 포기.”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차 북한 핵위기 당시인 지난 1993년 10월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전 미국 UC버클리 교수와 대화하면서 제시한 북핵 해법이다. 25년이 지나 북핵 위협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한 현재의 대북 접근법보다도 한층 구체적이고 당당한 대응을 주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J는 2005년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특별대담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악마의 제국’이라고 부르던 소련과 협상하고,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를 맺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도 서로 이해가 맞으면 불신이 있더라도 주고받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DJ의 인터뷰 모음집 ‘김대중 대화록 전집’(정진백 엮음·도서출판 행동하는양심)이 7일 출간됐다. 이 책에는 DJ가 신민당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1971년부터 서거 직전인 2009년까지 세계적인 지도자와 석학, 언론, 시민 등과 가진 대화 170편이 실렸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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