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종 사회부 부장

서울의 A 공공기관은 공공기관 122개 지방이전 발표가 나온 직후 ‘좌불안석’이다. 이 기관 관계자는 “1차 지방이전 이전에는 신입 직원 경쟁률이 미미했는데 서울로 잔류 결정이 난 후 인재가 몰리면서 전반적으로 조직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했다. 이전하면 인재 이탈로 조직이 쇠락(衰落)할까 우려하고 있다. B 공공기관 직원은 “최근 신혼집 등을 계약했던 직원들이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남편은 내려가야 한다는데 아내는 못 내려가겠다고 해서 ‘가족 해체’가 불가피한 이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1차 이전 때 부산으로 옮긴 C 공공기관의 한 간부는 “국회, 정부 업무차 어쩔 수 없이 1주일에 1회 이상은 서울에 올라올 수밖에 없어 피곤이 극도로 누적된 상태”라며, 그런데 자리를 비우면 지역에서 “왜 서울 ‘나들이’가 이리 잦으냐. 혹 다시 서울로 유턴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제구가 날아온다”고 씁쓸해했다.

경제·사회 부처를 중심으로 한 산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논란이 최대 화두이자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벌써 열거한 사례처럼 해당 공공기관들에 미칠 정서적, 거주 영향은 물론이고 서울 대 지방 간의 갈등 야기, 행정적·사회적 비효율 초래 가능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흐름 속에 지방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균형발전을 내건 공공기관 이전은 얼핏 명분을 지닌다. 하지만 1차 이전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표출됐는데 명확한 분석과 검증, 대안도 없이 덜컥 공공기관을 전위(前衛)로 삼은 균형발전 드라이브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고육책이라 양보하고 생각해봐도 의문스럽다. 여당은 2차 기관 이전을 추진할 경우 지자체 유치 계획 및 지원 혁신도시 활성화, 인근 지역과의 상생 등을 병행하겠다고 ‘진화’했다. 그러나 1차 지방이전으로 추진된 혁신도시만 해도 지역산업 연계발전이 한참 미흡하다는 사실이 지표로 드러났다.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조성된 혁신 클러스터 9곳의 실제 입주율은 5년이 지났는데도 20.3% 수준이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 개방경제 체제에 놓여 있다. 지방이 최적의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투자를 멈추거나 해외투자 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지방으로 가겠느냐”며 “수도권 집중 억제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균형발전을 달성해 주리라는 기대는 낙관론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반발은 전통 자영업의 붕괴와 빈곤위험의 폭발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선업 엑소더스가 말해주듯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계 전반은 실질소득 정체, 최악의 고용 침체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부동산 광풍(狂風), 집값 상승은 불확실성의 확대에 따른 불안 심리가 극도의 강박상태임을 드러내고 있다. 느닷없는 공공기관 이전이 정치적 포석이 깔린 국면 전환 카드가 아니라면 지방분권부터 실질화하는 게 타당한 절차다. 결정 권한과 함께 조세체계 개편을 통해 재원을 줌으로써 지역 특성에 맞는 성장,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 게 먼저다. 기업에는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개선을 통해 지방 이전 의욕을 북돋워 주는 게 후유증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더 현명한 첩경이다.

horizon@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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