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경의선 연결 현대화 등
예산 드는데 항목 구체성 결여
남북 적대행위 전면중지 조항
비핵화없이 軍훈련 위축 우려
일각선 ‘헌법과 충돌’ 지적도
정부는 오는 11일 국무회의를 거쳐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판문점 선언에 담긴 조항들의 모호함과 부작용 등이 우려돼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0일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은 너무 추상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고 구체적이지 않다”며 “조항마다 국민에게 어떤 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데, 판문점 선언의 조항들은 구체성이 없어 그런 내용을 따져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은 재정적 부담을 전제하기 때문에 국회도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판문점 선언에 나와 있는 내용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판문점 선언의 1조 6항은 재정 부담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힌다. 남북 정상은 이 조항에서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적시했다. 당장 남북 간 철도 연결 및 북측 지역 철도·도로 현대화에 투입될 재정이 어느 정도인지 추산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당장 대북 제재에 막혀 북측 지역 철도·도로 실태 점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양석(자유한국당) 의원은 “판문점 선언은 남북 경협에 대한 지급 보증 격인데, 우리가 ‘백지 보증’을 할 수는 없다”며 “특히 비용 추계에 있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박주선 의원도 “판문점 선언은 재정 부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비준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통일부가 비준 동의안을 가져오면 모든 것을 대상으로 낱낱이 질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보 분야에서도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문점 선언 3조 4항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북한은 지금까지 북핵 폐기와 관련해서 변죽만 울리고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가 몇 개며, 어디에 있고 어떻게 처리를 할지, 또 핵과학자들은 어떻게 소개할지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은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또 2조 1항의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부분과 3조 3항의 ‘올해 내에 종전을 선언’한다는 내용도 판문점 선언이 초래할 안보 분야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판문점 선언이 조약의 성격으로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다면 북한에 대한 헌법 규정과 정면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남북 간 합의서인 판문점 선언을 국회가 비준 동의한다면 남북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헌법의 영토 조항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박준희·김유진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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