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랑, 20일까지 ‘청전과 소정’展
- 靑田 이상범
담묵·담채 섬세한 변화 즐겨
平澹한 회화 ‘차분한 서생風’
붓질의 반복…꿈틀대듯 현란
- 小亭 변관식
수직·사선 구도 ‘분방한 野性’
강하고 짙은 먹… 적묵·파선법
겸재 정선 진경산수 전통 계승
2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했던 한국화 관련 심포지엄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기획전시에서 전통회화 분야가 6%가 안 된다는 내용이 발표돼 전통 회화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미술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옥션이나 K옥션 등 국내 굴지의 경매사에서 거래되는 청전과 소정의 작품은 소품의 경우 대부분 1000만 원대 이하다. 40호 전지(100×72.7㎝) 작품의 경우에도 1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서양화 부문에서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점화(點畵) ‘3-Ⅱ-72 #220’(254×202㎝)이 지난 5월 홍콩경매에서 85억 원에 낙찰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우리 근현대 미술사에서 청전과 소정의 위상을 다시 자리매김하고 위기에 처한 한국화에 활로를 제시하려는 전시가 마련돼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노화랑(02-732-3558)은 오는 20일까지 ‘청전과 소정’이라는 타이틀로 두 거장의 미의식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연다.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최근 한국화가 너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전시에 소개되는 산수화 작품 20여 점은 서구미술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는 중에도 청전과 소정이 우리 전통회화 기법을 고수하며 지켜낸 것이어서 더욱 값져 보인다.
두 살 차이의 조선인으로 태어나 1911년 개설된 서화미술회에서 청전은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의 학생으로, 소정은 소림 조석진(小琳 趙錫晉)의 외손자로 처음 만나 친분을 다졌고, 이후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심전과 소림은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었다.
그처럼 출발은 동시대에 비슷했지만 화폭 위에서 두 거장이 걸어간 길은 전혀 달랐다. 두 화가는 먹을 쓰는 법, 붓을 잡는 법, 그림 그릴 때 팔을 놓는 방식, 화면구성 등 모든 면에서 대조적으로 다르다. 수묵산수화에서 청전은 담묵(淡墨)과 담채(淡彩)의 섬세한 변화를 즐겼던 데 반해, 소정은 먹을 상당히 강하고 짙게 썼다. 또 청전이 수평구도에 담은 평담(平澹)한 회화방식에서는 차분한 서생 같은 기질을 엿볼 수 있고, 소정의 수직구도나 사선구도에서는 불쑥불쑥 필묵을 쓰면서 분방(奔放)을 추구한 야성이 넘친다.
붓쓰는 법에서도 차이점을 보인다. 청전은 여느 화가들처럼 한국의 명산을 찾는 대신 리드미컬한 붓질의 반복으로 일상의 흔한 자연 풍경에 숨겨진 무궁한 조화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면 강과 언덕의 물소리나 바람 소리가 꿈틀대듯 현란하다.
소정은 붓에 먹을 엷게 찍어 그림 윤곽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먹을 칠해나가는 적묵법(積墨法)과 진한 먹을 튀기듯 찍는 파선법(破線法)의 독특한 화법으로 겸재 정선의 진경(眞景)산수화 전통을 계승해 보여주고 있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는 “청전의 1958년과 1959년 ‘추경산수’, 1966년 ‘추경산수’ 등과 소정의 1960년대 후반 ‘외금강 삼선암’과 1969년 ‘단발령’ 등 출품작 20여 점은 1950~1970년대 전성기 대표작”이라며 “한국근대미술사의 쌍벽이었던 이들이 존재했기에 우리의 전통회화 형식이 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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