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1주일 뒤 문·김 3차 정상회담
‘비핵화 실현’ 추상적 희망 수준
北 요구 終戰선언 이용당할 우려

美·中, 무역전쟁 중 北끌어안기
金, 전략적 결단 않고 저울질만
시간 더 끌면 機會없다 경고해야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 북한 간의 핵(核)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대북 특사대표단을 파견해 남북 소통과 미·북 중재에 공을 들이고 있고,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한편 9·9절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는 등 협상 분위기 유지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새로운 상황 변화를 주시한다. 이제 핵 협상은 비핵화 추동 단계로서, 북한의 종전선언 주장과 미국의 핵 리스트·검증 문제로 넘어갔다. ‘비핵화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이 복잡한 상황에서 우리 앞에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특사단 방북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북한과 새로운 협상 동력을 끌어내는 데 주안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문·김 3차 정상회담을 오는 18∼20일 평양에서 개최키로 했다. 정상 차원의 남북 소통을 지속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음에도 비핵화 논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 실현을 희망하고,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상관없다는 언급 등 추상적이다.

또,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상징적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와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이 문제는 한반도에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다. 중국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철수 재론 등 다양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가 아니라면 미국이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고, 특히 6월 19일 3차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 참모부이며 전략적·전술적 협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언급 이후 종전선언이 본격 의제로 대두된 데 대해 ‘중국 배후론’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문 정부가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을 역이용해 향후 대남 압박 카드로 쓸 소지도 있다.

실제로 북·중 관계는 복원을 넘어 밀월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겪고 있는 중국에 북핵은 좋은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통상 분쟁과 북핵을 연계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권력 서열 4위인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주중 북한대사관 9·9절 연회에 참석시키고, 권력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특사로 파견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북한 끌어안기에 적극적이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북·중 우호’와 대화·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체제를 공인했다. 대북 영향력을 강화해 향후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해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천명이기도 하다. 아직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하지 않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배후에 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대미 전선과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위기를 관리하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추구하는 대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핵화의 구체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진전이 어렵다. 열병식에 ICBM이 등장하지 않았고,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았다고 북한이 변했다는 것은 희망 사항일 수 있다. 북한은 9·9절 공동 축하문에서 ‘평화 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운운하고 ‘최강의 전쟁 억지력’ 보유를 강조하면서 핵보유국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우리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재래식 신무기를 선보여 우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미국만 설득하면 다 될 것이라는 북한의 생각은 그야말로 오산(誤算)이다. 우리에게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라고 윽박지르면서 남북 경협(經協)만이 살길이라며 소득주도 성장론까지 비판하는 북한의 태도는 어처구니없다. 이제 북한에 대해 더 시간을 끌면 모든 기회가 사라진다는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단순한 북한의 경협 파트너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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