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7 - 중견·中企 221곳
부품생산社 등 1000여개 업체
무리한 脫원전 정책 탓 경영난
에너지전환펀드로 돕는다더니
투자자 못 모아 지지부진 상태
企活法도 조건 까다로워 머뭇
경북 울진에서 원자력 발전 설비 관련 정비·제작·수리 부문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최근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 회사가 부도 직전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직원의 3분의 1이 퇴사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탓이다.
A 사장은 “주변의 원전 관련 회사 5∼6곳이 문을 닫았다”며 “원전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같은 운명에 처할 것 같아 업종 전환을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설사 어렵사리 해외 수주가 된다고 해도 A 사장의 회사에는 돌아올 것이 없다. 대기업·중견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다. 결국 국내 원전 산업만 바라보고 있지만, 정부가 탈원전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 당분간 회사 경영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A 사장은 “대통령과 정부에 실망감이 너무 크다. 이렇게 경제를 도외시하다가 재앙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관련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마지막 신규 원전이 될 신한울 3·4호기 건설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원전 관련 기업, 특히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자유한국당) 의원이 원전산업회의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2016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원전 관련 전문 기업은 대기업이 17개, 중견기업 22개, 중소기업이 199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원전 관련 대기업들의 연간 매출은 25조6000억 원 규모, 중소·중견기업의 매출은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차이가 상당한데 기업 수 면에선 중소·중견기업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전문 기업을 제외하고 원전 관련 부품과 기타 부품을 함께 생산하는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중소·중견기업 수는 1000개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관련 수요가 사라지는 데 따른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내용을 지난 6월 공개한 바 있다. 보조 기기·예비품 중소기업의 성장역량 보완과 사업구조개선을 위해 500억 원 규모의 에너지전환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활용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전 중소기업들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펀드 조성은 투자자들을 확보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활법 역시 적용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어서 신청을 머뭇거리고 있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원 방안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사업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는 원전 관련 중소·중견기업들의 줄도산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한 원전 전문 중견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상 국내 원전에 조달할 부품만 만드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우리 회사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백지화되면 신고리 5·6호기 조달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회경·박정민 기자 yoology@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