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등 러브콜에 인재들 ‘썰물’

2030년 일자리 1만개 급감전망
해외수주해도 AS 해줄 길 없어


“한국수력원자력에 다니던 분들이 일찍 퇴사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운영회사 쪽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 원자력 분야 한 전문가는 11일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 기술 인력 유출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을 환경재앙의 근원처럼 치부하는 국내 분위기 속에, 해외에서 우리나라 고급 인력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나선다면 인력 및 기술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태를 막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많다. 업계에서는 원전 건설 수요가 많은 중동은 물론 우수 기술을 확보하려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우리나라 인재를 데려가려고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전력기술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1년여 동안 한국전력기술에서 퇴직한 원전 설계 관련 인력은 53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원전 기술 분야 인력 61명이 퇴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의뢰해 작성한 ‘원전 산업 생태계 개선방안 보고서’도 해외 원전을 추가로 수주하지 못하면 국내 원전 산업 인력이 현재 3만8800명에서 2030년 2만6700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관측했다.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체코, 폴란드 등 4개국에서 2기씩 신규 원전을 수주해야 2030년 인력 규모가 현재와 비슷한 3만9500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산에 대해 정부는 ‘국내에 원전을 안 지어도 수출을 통해 전문 인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아전인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은 ‘국가대항전’이어서 대통령이 직접 뛰거나 범정부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정부가 탈원전을 한다는데, 텅 빈 지갑을 들고 한수원 혼자 뛰어서 어떻게 원전을 수출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에 성공한다 해도 탈원전으로 인해 국내 기술인력이 없어지면 사후 운영지원(AS)을 해 줄 길이 없다”며 “결국 우리 원전의 매력이 떨어져 수출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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