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치화 우려 분위기’ 반영
10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당초 관심을 모았던 법원장 호선(互選)제 안건이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대표 투표 결과, 반대가 48표로 찬성 45표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법관대표회의 측이 70%에 달하는 법관들이 호선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한 설문조사 내용과 다른 결론이다.
11일 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회의에서 법원장을 판사들이 직접 뽑는 제도 도입은 불발로 끝났다. 당초 ‘추천제 법원장’이라는 제목으로 발의된 이 안건은 법원장 보임에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1항과 순번제나 호선제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2항으로 구성돼 있었다. 법원장 호선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2항을 빼고 1항만 포함된 수정안에 대해 표결에 부쳤다고 한다. 해당 수정안에 대해 48명이 찬성, 사실상 호선제를 반대한 것이다. 이에 당초 1·2항을 모두 포함한 원안을 발의했던 일부 법관이 ‘과반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재투표를 실시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서도 대다수 법관은 재투표를 반대했다. 법원장 호선제를 제외한 수정안만 통과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데 중론(87명 중 71명 찬성)이 모였다.
이같은 표결 결과는 앞서 법관대표회의가 전국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과는 다르다. 당시 조사에서 1588명의 법관 응답자 중 543명(34.19%)이 ‘동의한다’, 491명(30.92%)이 ‘동의하는 편이다’고 대답해, 총 65.11%에 달하는 판사들이 법원장 호선제를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선제 반대 논거의 핵심 전제는 ‘법관은 관료’라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관료인 법관이 자신들의 대표를 사실상 선거로 선출하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법관 전보 인사 등으로 법원 구성원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호선제를 실시할 경우 선출 경쟁에 따른 정치화, 인기에 영합하는 사법행정 등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법행정의 주요 축을 구성하는 법원 일반직 공무원들의 투표권을 배제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간섭은 싫지만 일반직원들의 관여도 싫다’는 그릇된 특권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법관대표는 “호선제를 통과시키고 싶어 하는 판사들은 언제든 다시 안건 상정을 하려 할 텐데, 새로운 근거 등 사정변경이 있어야 재상정의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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