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다시 급등세를 보이는 서울 아파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8·2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으나, 시장은 이를 비웃듯 사상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행보 중이다. 청와대가 주도하던 부동산정책의 권위가 상실된 상황에서 관련 부처뿐 아니라 당과 청이 모두 제각각의 조율되지 않은 대책을 쏟아내어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주택시장 불안 문제의 원인을 다주택자와 강남 재건축으로 돌렸던 문재인 정부의 외고집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음을 반복해 논하고 싶진 않다.

이러한 정책 실패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더라도 서울의 지속적인 가격 급등세는 해석이 힘든 면이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인구축소기를 앞둔 시점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언론에서 최근의 시장 불안을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 및 여의도 통개발 구상 및 강북 우선투자 계획 발표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많았다. 물론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사건들이 시장의 향배를 결정지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호가 기반이 아닌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8·2 대책 이후 잠깐의 탐색기를 겪은 후 특별한 안정세 없이 오히려 올해 들어서 급등세가 더 가속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인구축소기에 대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기대는 사실 남북관계의 급격한 개선 외에는 없다는, 엉뚱해 보이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해석도 던져본다. 어쨌든 수요 요인에 대한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살펴봐야 할 지점은 공급 측면이다.

흥미롭게도 노무현 정부 때에도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의 안정과 입주 물량의 급증으로 역전세난이 발생했었다. 전세가 하락은 2003, 2004년에 지속됐고, 매매가의 안정세는 2004년 동안 유지됐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의 가격 안정세를 노 정부의 초기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김대중 정부 후반에 급증한 주택 인·허가 결과물이 대량으로 입주하던 시기였다. 2003, 2004년 서울시만 15만 가구에 가까운 아파트 입주가 있었고, 이 중 9만 가구 가까이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였다. 규제가 완화됐다던 다세대주택을 포함한 비(非)아파트는 2001, 2002년 거주단위로 서울시만 약 21만 가구의 인·허가가 있었다.

이러한 공급 급증의 여파로 2004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세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노 정부와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대 서울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3만 가구 수준으로 줄었고, 2018년에야 4만 가구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중 80% 이상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다. 다가오는 도시축소기에 생존할 수 있도록 서울 대도시권의 도시 공간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광의의 재개발이 지닌 의미도 인정해야 한다.

서울시라는 행정구역을 걷어내고 서울 대도시권을 보면 인구 중심이 10년 전쯤에는 사당동 주변이었으니 그동안 남쪽과 동쪽으로 확대된 개발을 고려하면 지금은 아마 양재쯤 되지 않을까 싶다. 재건축·재개발 확대가 도저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대안이라면 훼손되고 실버벨트로 변한 중심지 인접 그린벨트 지역이 차선책 중 하나일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에 마음이 쓰인다면 그 미래 세대가 인구 축소를 앞둔 지금은 아닐지 한 번 생각해 보며 핀셋형(型) 공급책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