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삽화에 “축사 많고 악취”
“訪韓 펀드매니저들 방문꺼려
올 상반기 수익률 0.9%기록”
국민연금“空席, 위치탓 아냐”
미국 유력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면 기사를 통해 세계 3위 규모인 국민연금공단(NPS)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1년 넘게 공석인 핵심 이유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 문제를 꼽고 나섰다. WSJ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NPS가 축사, 분뇨처리시설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며 돼지 삽화(사진)를 그려놓고 “이웃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설명을 달기도 했다.
WSJ는 12일 ‘세계 3위 연금기금을 감독하고 싶은가? 딱 하나 문제점이 있다’는 제하 기사에서 첫머리에 “(국민연금이) 5000억 달러 이상 자산을 감독하는 투자 책임자를 수배 중”이라며 자격 요건으로 “시장보다 낮은 임금에 정치적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룸메이트와 기숙사를 나눠쓰는 관대함은 플러스다. 돼지와 가축 분뇨 냄새에 대한 관용은 필수적”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강면욱 당시 CIO가 사임한 뒤 후임을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공모에 들어가 최종 후보 3명을 압축했지만 청와대 개입설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적격자 없음’ 판정을 내리고 재공모 중이다.
WSJ는 “CIO 자리는 매우 정치적이다. 많은 대형 공기업의 대주주로 종종 기업 경영에 결정적 표를 행사한다”며 “벨기에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5650억 달러 이상 자산을 감독하는 자리지만 급여는 대략 민간 영역의 3분의 1”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WSJ는 “가장 고약한 것은 위치”라며 “지난해 국민연금은 서울에서 120마일 남쪽의 산과 논, 축사, 분뇨처리시설로 둘러싸인 혁신도시로 이전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올해 이 지역에 155건 이상의 악취 관련 민원이 신고됐다며 기사에 조롱하는 뉘앙스로 돼지 삽화를 그려 넣기도 했다. WSJ는 지방 이전으로 자금운용 직원의 4분의 1 이상을 잃고 CIO와 고위직 8명 중 3명을 포함해 30개 직책이 몇 달째 공석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최근 몇 년간 뉴욕 헤지펀드들이 교육환경 좋은 코네티컷주 그리니치로 이동했지만 맨해튼에서 기차로 1시간 이내 거리였다며 “전북혁신도시는 그리니치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WSJ는 “지난주 한국 여당 대표가 금융기관을 포함해 122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며 “전에는 한국을 방문한 사모·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국민연금을 첫 방문지로 삼았지만 이제 많은 이가 시간을 보다 유용하게 쓰기 위해 국민연금을 우회하기로 하고 일본으로 여행을 계산한다”고 전했다. 이어 WSJ는 “지난해 7.3% 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이 올 상반기 0.9%를 기록했다”며 지방 이전을 실적과 결부시키기는 어렵지만 금융권은 이전에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CIO 인선 일정이 많이 늦어졌지만 기금운용본부의 지리적 문제 때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다른 직원은 “아무래도 농촌 지역에 있다 보니 자녀교육, 문화 등과 관련한 근무 환경이 우호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김남석·김만용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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