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유교·불교는 반대 집회
“한 종교만의 성지 아냐” 소송도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에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교황청 승인 국제순례지 선포식을 한다. 서울 순례길이 아시아 최초로 교황청의 공식 승인을 받은 성지 순례길임을 선포하고 축하하는 행사다. 하지만 서울 순례길의 중심축인 서소문역사공원(조감도)이 ‘천주교만의 성지’처럼 조성되는 데 대해 반발하는 천도교 등 타 종교인과 역사학자의 집회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예고돼 다소 소란스러울 것 같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2013년 9월 ‘서울대교구 성지 순례길’을 선포한 뒤 이듬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계기로 서울대교구가 서울시와 중구, 종로구, 용산구, 마포구 등 자치단체와 함께 조성했다. 성지 순례길은 한국 천주교의 시작을 보여주는 ‘말씀의 길’(명동성당∼가회동성당·8.7㎞),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간직한 ‘생명의 길’(가회동성당∼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5.9㎞), 대표적인 순교성지들이 포함된 ‘일치의 길’(중림동 약현성당∼삼성산 성지·29.5㎞) 등으로 조성됐다.
서울대교구는 서울 순례길 선포를 전후해 ‘한국 순례 주간’(10∼15일)을 정하고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지겔라 대주교 등 아시아 13개국 가톨릭 종교지도자 32명과 아시아 9개국 청소년 대표 29명을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선포식은 미사를 시작으로 교황청 승인 국제순례지 선포식, 교황 축복장 수여식 순으로 진행된다.
천도교 등 타 종교인과 역사학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서소문역사공원이 ‘천주교 성지’로 전유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주교 측은 선포식이 열리는 서소문 밖 네거리 역사공원·순교성지는 단일 장소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해낸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로, 기록에 남은 98명 중 44명의 성인과 2014년 교황 방한 때 시복된 124위 복자 중 27명이 바로 이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천도교를 중심으로 유교, 불교 등 종교인과 역사학자들이 참여하는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정갑선 실행위원장은 “서소문 밖 처형지는 천주교 신자 외에 조선 시대 많은 개혁주의자를 비롯해 동학과 독립협회 지도자 등이 처형된 역사의 현장이며, 그 비율도 천주교인 22%, 사회변혁자 36%였다”며 “서소문공원에 성당을 짓고 순교자 현양탑을 세우는 등 사실상 천주교만의 성지로 조성돼 그곳의 문화집회시설 관리까지 천주교가 맡게 된 것은 종교를 떠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책위는 서소문공원의 천주교 성지화에 대해 법률적·행정적 소송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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