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賞 김유빈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외손녀딸 유빈이예요. 할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르시지만, 이 편지를 쓰라고 학교 선생님이 권유해주셨을 때 할머니 생각밖에 나지 않았어요. 제가 태어나고 두 살 때쯤 엄마, 아빠가 이혼하실 때 오빠랑 저는 보육원에 맡기라는 친할머니 말씀에 할머니께서는 그럴 순 없다며 아프고 구부러진 허리로 귀한 손주들 품에 안고 데리고 가셨죠.

제가 배가 아파 잠을 못 자면 떨리는 손으로, 투박한 손으로 문질러 주시고, 찌개에 고기는 늘 오빠와 제게 다 양보하셨죠. 그런데 저는 어린이집 다닐 때 할머니가 머리를 묶어주시면 삐져나왔다고 다시 풀고 화내고 울고…. 할머니 떨리는 손으로는 그게 최선이란 걸 그땐 왜 몰랐을까요. 초등학생 때 비 오는 날이면 늘 우산 가지고 학교에 찾아오신 할머니의 구부러진 그 허리가 늘 초라해 보여 부끄러워했던 저를 용서하세요.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친구들을 볼 때 주름지고 다 늙은 할머니와 같이 서 있는 게 부끄러웠어요.

지금은 절대 부끄럽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가 더 늙고 병들어 제 옆에 서 계실 수 없게 됐죠. 할머니와 떨어져 엄마랑 살게 됐을 땐 마냥 좋기만 했어요. 그리고 자주 찾아뵙지도 않았죠. 가까이 계실 때 많이 찾아뵐걸, 후회도 많이 돼요. 지금은 병원이 멀어서 저 혼자 찾아뵙진 못하지만, 너무 보고 싶어요.

요즘은 문득 겁이 나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지, 엄마도 불안해하며 눈물 흘리시는 모습에 나는 할머니에게 해드린 게 없는데, 편지 한 장, 양말 한 켤레 사드린 적이 없는데. 너무 죄송스러워요. 오늘 수술 날짜라고 들었어요. 어제도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의사 선생님이 마취에서 못 깨어날 수 있다는 그 말에 너무 불안하지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제가 다시 할머니를 볼 수 있다면 하나님께 감사하고 정말 효도할게요. 꼭 다시 웃으면서 꽉 안아주세요. 제가 미용 자격증 따고 할머니 머리 파마 100번 해드릴 때까지는 건강히 살아계셔 주세요. 이제는 연약한 할머니 대신 제가 할머니 보살펴 드릴게요. 당신의 한없는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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