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 글로벌 업체 ‘모멘티브’ 인수… 새로운 도약
20여년 실리콘 제조기술 매진
세계7번째 기술보유국가 올라
바커 제치고 듀폰이어 매출2위
국내유일 ‘화장품용’ 직접 합성
전문브랜드 ‘KCC Beauty’ 내놔
키패드·유아용품·주방용품서
반도체·자동차 핵심소재까지
HTV·LSR, 다양한 산업 활용
KCC는 지난 13일 미국의 글로벌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모멘티브)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3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에 달했다.2003년 처음으로 자체 실리콘 공장을 건설했던 KCC는 불과 15년 만에 독일 바커를 제치고, 세계 실리콘 시장에서 미국 다우 듀폰에 이어 매출 2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특히 모멘티브 인수로 KCC는 종합 실리콘 전문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반도체, 자동차, 화장품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의 기초 원료가 되는 핵심 소재 원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한국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KCC 실리콘 사업 발전사=세계 실리콘 시장은 몇몇 선진국 업체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고려화학(KCC 전신)에 폴리머(합성수지 등의 원료가 되는 고분자화합물)를 공급해주던 외국 대형 업체들은 기술을 꽁꽁 감춘 채 “너희는 그냥 우리한테 폴리머 사서 실란트(Sealant·접합부 빈틈을 메우는 고무 같은 물질)나 만들어라”며 무시했다. 이런 상황은 정상영 당시 회장(현 KCC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에 불을 붙였다.
특히 1991년 실리콘 폴리머 수입 가격 폭등 사태를 겪으며 실리콘 실란트를 생산하던 고려화학은 자체적으로 폴리머를 생산해야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다지게 됐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 기술은 있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던 정상영 회장은 실리콘이야말로 한국이 꼭 가져야 할 기술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1993년 기술 개발에 착수, 1998년 10월 100t 규모의 파일럿플랜트(시험용 소형공장)를 만들었다. 이어 2003년 전북 전주 3공장에 3만t 규모 유기실리콘 공장을 완공했다. 자력으로 모노머(고분자화합물을 구성하는 단위체) 합성과 정제 등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은 실리콘 제조 기술을 보유한 7번째 국가가 됐다. 충남 서산에는 7만t 규모 대죽 2공장을 건립해 다운스트림(2차 제품) 생산설비를 갖추고 2007년 9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대죽 2공장에 2011년 고온 경화형 실리콘 고무(HTV) 생산 시설을 구축했고, 2012년에는 액상 실리콘 고무(LSR)와 상온 경화형 실리콘 고무(RTV) 설비까지 갖췄다. 실리콘 응용 제품은 5000여 가지에 달하는데, KCC는 이 가운데 700여 종의 생산에 필요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KCC 실리콘=KCC는 2006년부터 국내 최초로 화장품용 실리콘을 독자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외 굴지의 화장품 기업들이 KCC가 생산한 화장품용 실리콘을 원료로 쓰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출시한 화장품용 실리콘에멀젼은 세계 5위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실리콘은 무색, 무취, 무미이며 피부에 자극이 없고 안전하므로 화장품 원료로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실리콘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화장품 원료로 인기다. 여기에 우수한 보습력과 지속성, 방수 기능은 물론 끈적임 감소 효과까지 갖추고 있다. 실리콘을 샴푸, 컨디셔너 등 모발용품에 적용하면 부드럽고 윤기 나는 머릿결을 만들 수 있다. 빗질도 잘된다. 실리콘을 원료로 만든 피부관리용품은 보습력이 뛰어나고 촉감도 부드럽다. 실리콘으로 색조 화장품을 만들면 오래 지속되고 부드러우면서 일정 수준의 방수 기능까지 가진 제품이 탄생한다.
최근 KCC Beauty가 주목하는 영역은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 개발이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KCC는 화장품용 실리콘에 한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부제를 뺀 제품, 환경 유해 인자를 제거한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Green(그린) 등급 겔블렌드를 내놓는 등 인체 및 환경에 유해한 인자를 배제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 메이크업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메이크업 제품의 지속력을 높이도록 막을 형성해주는 ‘레진 블렌드’와 ‘아크릴레이트 실록산’, 일시적으로 피지를 흡수하고 주름을 메우는 ‘엘라스토머파우더’ 등 고기능성 특수 제품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실리콘 고무 HTV·LSR=HTV는 경화되기 전의 상태가 고체인 실리콘 고무다. 무기와 유기 양쪽 성질을 결합한 실리콘 폴리머와 고순도 실리카를 주성분으로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성형할 수 있다. 유기계 고무보다 내열, 내한, 내유, 내약, 난연 등 성능이 우수해 전기·전자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우주·항공, 주방 생활용품, 건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리모컨, 컴퓨터 등의 가전제품, 키패드, 주방용품, 레저용품, 식품용기 패킹, 호스, 튜브, 전선, 케이블 등이 KCC HTV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LSR는 원래 경화되기 전 상태가 액체인 실리콘 고무를 총칭하는 말이지만, 그중에서도 100도 이상 고온으로 가열해 경화시키는 고무를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LSR는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데다 무독성이어서 안전하기 때문에 유아용품, 주방용품, 안경 코받침 등 피부나 음식과 접촉되는 제품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우수한 내열성, 전기 절연성 및 기계적 강도를 갖고 있어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전기 절연품, 사무기기 부품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된다. 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복 및 산업 재료를 코팅할 수 있어, 의복에 인쇄되는 라벨, 로고 등 용도로 많이 쓰인다. 실리콘 고무의 기본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액상 형태이기 때문에 HTV와는 달리 개량, 혼합, 성형공정까지 자동화된 LIM(Liquid Injection Molding) 성형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품 생산 총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PRC는 우수한 박리성, 발수성, 내한성, 내열성, 내습성, 화학적 안정성, 잔류 접착성 등으로 이형지 및 이형필름 코팅에 사용된다. 종이,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연신폴리프로필렌(OPP) 등 기초 재료의 한쪽 면 또는 양면에 실리콘 코팅을 한다. 점착 시트와 라벨 등의 점착제 보호용, 점착 테이프 배면 처리, 식품 포장지, 디스플레이 등 전자제품 제조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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