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 축하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 축하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美, 2000억달러 관세 폭탄 강행

중국산 제품 절반에 고율 관세
트럼프 “관세가 美협상력 키워”
승기 美로 기울었다 판단한 듯

세계 교역 감소·불확실성 증가
신흥국 금융위기로 이어질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대로 2000억 달러(약 225조3000억 원) 규모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나서 세계 1·2위 경제국 간 사상 최대 규모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고율 관세가 협상력을 높인다고 확신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된 데다 예정됐던 무역협상도 사실상 물 건너가 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7∼28일 중국과 무역협상을 하자고 제안한 상황에서도 당초 예고했던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중국의 반발 등을 예상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던진 것은 고율 관세정책이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고 철강 등 주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부과 발표에 앞서 트위터에 “관세로 인해 수십억 달러와 일자리가 유입된 것을 비롯해 미국은 매우 강력한 협상력을 갖게 됐다”며 “반면 비용 인상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월부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긴 철강 부문을 거론하며 “철강 산업은 새로운 삶을 부여받아 번성하고 있다”며 “수십억 달러가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 데 쓰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중국 등과 무역갈등 이후에도 흔들림 없는 미국 경제 상승세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의 승기가 미국으로 기울었다 판단하고 세 번째 관세 폭탄 투하를 강행한 배경이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2%를 기록한 반면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 수준인 3.8%(5월)를 찍는 등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주가지수 역시 중국은 급락하는 반면 미국은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8월 중국 경제 상황을 묻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끔찍한(terrible)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경제는 막 하강하기 시작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관세 부과가 소비자물가 상승 등 미국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앞서 관세 부과된 500억 달러어치 중국 제품은 정보기술(IT) 품목을 비롯해 산업재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당초 6071개에서 공청회를 거쳐 약 300개 정도 줄어든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는 카메라, 가구, 자전거 등 미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용품, 소비재가 대거 포함됐다. 중국이 보복관세와 함께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원재료, 장비 등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17일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발표 임박 사실이 알려지면서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0.35% 하락한 2만6062.12,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56% 내린 2888.80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면전 확대는 양국은 물론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관세에 영향받는 수입품 규모가 1000억 달러씩 늘어날 때마다 글로벌 무역 규모는 0.5% 감소하고 세계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올 들어 심각한 통화가치 하락을 겪고 있는 터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 감소, 불확실성 증가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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