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협상’서 첫 악역맡은 현빈

“그동안과 다른 표정·말투로
매력적인 모습 보여주고싶어”


“이유 있는 악인이라 선택했습니다.”

배우 현빈(사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9일 개봉된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국제적인 테러조직의 수장 민태구를 연기했다. 그동안 번듯한 재벌 2세를 비롯해 선한 역을 주로 맡았던 현빈은 이 영화에서 비릿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악역을 능숙하게 표현했다.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악역이라 끌렸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악인이었다. 감독님이 ‘관객이 이 인물에 연민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관객들이 결말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면 제 연기에 공감한 것이니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빈은 말수가 적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선명한 발자국을 찍듯 자신의 생각을 꾹꾹 눌러담아 답한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도 미사여구를 붙이며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협상’을 통해 배우 현빈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는 말에도 “전혀 다르다기 보다는,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표정이나 말투로 민태구를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잡거나 그런 의미를 담은 건 아니다”라고 담담히 말하며 미소 지었다.

‘협상’에서 다양한 감정표출과 액션 연기까지 소화한 현빈.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연기를 묻자 그는 “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니 그동안 현빈이 출연작에서 욕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민태구를 연기하며 감정을 마구 분출한 것이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았을까? “뭔가 마음대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운을 뗀 그는 “하채윤(손예진 분)에게 욕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민태구는 진심으로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보는 여성 관객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빈은 드라마와 영화를 수시로 오가는 몇 안 되는 배우다. 드라마로는 ‘스타 현빈’의 모습이, 영화로는 ‘배우 현빈’의 모습이 보인다는 평가에 “어느 정도 맞다”고 말한 그는 “항상 시청자와 관객이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잘 찾아가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현빈은 톱스타다. 그래서 대중은 ‘인간 현빈’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작품 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즐기지 않는 그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배우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인간 현빈’을 드러내는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며 “드라마나 영화로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에게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뛰어난 외모가 연기력을 가린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중 가장 크게 웃음을 터트린 현빈은 이렇게 답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런 편견을) 깨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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