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문가 ‘평양선언’ 평가
“핵신고·검증 담보되지 않은
살라미식 비핵화 수용 문제
종전선언이라는 상응 조건
美 설득하기엔 역부족일듯”
“트럼프 구미 당길만한 카드
비핵화 美北협상 재개 기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외교통일센터장은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비핵화에서 의미 있는 진전 없이 남북관계만을 강조한 아쉬운 합의”라며 “북한의 신고, 검증이 담보되지 않는 ‘살라미’식 비핵화 협상을 우리 정부가 수용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평양공동선언은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입장을 무력화시켰고, 향후 북한의 비핵화 예측 가능성을 더 떨어뜨렸다”며 “향후 한·미 관계나 국가 안보에 부담만 지우게 될 합의”라고 평가했다.
차두현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역시 “남북관계에는 분명히 진전이 있었지만, 비핵화 부분은 과락에 가깝다”며 “2박 3일 방북 일정 중 불과 4시간밖에 안 되는 회담에서 핵 담판이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 “일단 영변 핵시설의 모든 시설을 다 폐기하는 것인지 일부만 하는 것인지, 영변 핵시설 외에 고농축우라늄(HEU) 등을 생산하는 비밀 핵시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냉각탑) 폭파는 2008년에도 있었고, 미국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핵 리스트 신고 등을 이야기했다”며 “평양공동선언에서 북한이 보여준 태도는 비핵화와 관련해 ‘파격적’으로 움직일 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9일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서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비핵화 관련 추가 입장이 있었음을 시사했지만, 차 교수는 “미국 공화당 주류나 워싱턴의 정책 연구 기관은 합의 결과와 북한이 취하는 조치만을 가지고 상황을 판단한다”며 “이런 식으로는 미·북 대화에 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비핵화가 숙제가 아니었다면 이번 회담은 100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남북 평화 번영의 전제 조건이 비핵화라고 본다면 이번 회담은 그다지 성과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변 핵시설 폐쇄에도 ‘상응하는 조치에 따라서’라는 조건이 붙었고 이 조건이 종전선언이라면 미국으로서는 등가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역시 “남북관계 개선은 잘된 것 같지만 뒷부분에서 비핵화 내용을 보면 ‘이게 다야?’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며 “이 상태에서 미국을 설득하기 어렵고,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남북 간 경제협력이나 군사적 긴장 완화가 잘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평양공동선언으로 미·북 대화의 모멘텀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참관인 입회하에 동창리 엔진실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겠다는 것인데, 물론 북한의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당길 만한 카드”라며 “미국 내 주류 공화당 인사들은 만족스러워하지 않겠지만 현재 국내 정치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내치기보다 대화 재개를 택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평양공동선언은 북한에는 빨리 비핵화를 해야 하고, 미국에는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우리(남북)는 우리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줬다”라며 “회담 결과가 나오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비핵화 시간표나 구체적인 대상과 신고, 검증을 남북 간에 다 명시하면 북·미 간 할 일이 없지 않겠느냐”며 미·북 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다룰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주·박준희·김유진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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