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생활을 침범받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누군가 내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후 지켜보는 것을 상상하면 어떠한가. ‘관음’이라는 어긋난 욕구가 사적인 공간에 침투한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지하철, 화장실, 탈의실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법 촬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불법 촬영 범죄는 하루 평균 17.7건 발생하고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라고 한다. 일상용품이 된 초소형카메라를 악용해 범행 수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불법 촬영물이 한 개인에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죄의식 없이 영상을 소비하는 2차 가해자까지 양산하고 있다.
관악구엔 1인 가구가 많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관악구 전체 인구 중 홀로 거주하는 젊은 여성의 비율은 35.6%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고시원, 원룸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시설 또한 많아 현장에서 만난 여성 주민들은 한결같이 불안함을 호소했다. 개인이 조심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관악구는 지난 12일부터 ‘불법 촬영 걱정 없는 지역 만들기’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했다. 먼저, 공중화장실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상시 점검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과 여성 단체 회원, 마을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우리 동네 여성안전 주민감시단’ 200명과 구청, 경찰이 함께 월 1회 이상 화장실을 정밀 검사하기로 했다. 개인 주택, 자취방 등에 대한 점검을 희망하는 주민은 출장점검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또, 여성안심보안관들이 전자파탐지기와 적외선탐지기를 가지고 주 1회 이상 화장실·탈의실·샤워실 등 지역 내 다중 이용시설을 살핀다. 이용자 불안을 유발하는 공중화장실 내 흠집, 나사 구멍 등은 구청이 직접 보수해 범죄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원하는 주민은 불법 촬영 탐지 장비를 인근 동 주민센터에서 저렴하게 빌릴 수도 있다.
장비를 원하는 여성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전국 최초의 시도다. 관악구 주민은 가까운 동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300원의 대여료를 내고 장비를 빌릴 수 있다. 장비 사용법을 영상을 통해 안내하기 때문에 작동 미숙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행정의 개입이 만능은 아니다. 먼저, 여성을 상품화하려는 잘못된 인식이 변해야 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법 촬영 예방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안전하게 살 권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침해당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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