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이스라엘 땅을 처음 밟았다. 경상북도와 면적이 비슷한 이스라엘의 주요 지역을 소형 헬리콥터로 둘러봤다. 혹시 날아올지도 모를 로켓포를 남모르게 걱정하면서…. 하지만 엿새 남짓한 이스라엘 방문을 통해 내린 잠정 결론은 가자지구, 북쪽 국경에 무시할 수 없는 무력충돌 위험이 있긴 하지만 이스라엘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본 골란고원, 하이파, 가자지구 인근 키부츠는 평온해 보였고, 텔아비브 해변에는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에 와 보지 않은 외국인이 우리의 안보 상황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우리도 이스라엘의 대치 상황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지구촌의 수십억 명이 실시간으로 연결된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화로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교역이 가능해졌다면, 초연결화로 아이디어와 문물이 쌍방향으로 교류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관광 명소를 손바닥 안에서 훤히 알 수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식과 교류도 인터넷과 방송 보도로 충분한 줄 알았다. 하지만 초연결 시대에도 여행으로 얻게 되는 지식과 경험이 많음을 이번 방문으로 새삼 느꼈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주된 요인은 새롭고 생소한 기술을 가진 낯선 이들과의 접촉’이라 했다. 낯선 이들과의 접촉은 영상과 같은 간접적인 것보다 현지 방문처럼 직접적인 것이 효과적이다. 찰스 다윈은 약 5년 동안 비글호를 타고 세계의 여러 섬 등을 탐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화론을 주장했다. 다윈이 의학도로서의 길을 버리고 여행하지 않았더라면 인류 문화 발전에 대한 기여는 물론, 자신의 지식도 넓히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도 여행으로 세상에 대한 눈을 뜬 사례가 많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중국의 문물을 둘러보고 더 많은 짐을 옮길 수 있는 큰 수레바퀴의 사용을 제안했다. 김정희는 중국의 여러 서예가와의 교류를 통해 추사체를 완성했다고 한다.
사무실에서도 구할 수 있는 자료를 굳이 국내외 출장을 가서 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초연결 시대라 하더라도 현장 출장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유무형의 이점이 많다. 아직도 중요한 지식과 경험은 인터넷상에 있지 않고 사람의 머리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지에 가지 않으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어렵다. 초연결 시대에 갈라파고스처럼 사는 것을 낭만적으로만 여겨서는 미래가 밝지 못하다.
다만,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가는 만큼 보다 의미 있는 여행과 출장을 할 필요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행에 딱 들어맞는다. 어느 기업 총수는 여행할 곳의 역사와 문화를 미리 알아본다고 한다. 여행국의 사회와 문화를 미리 접한 후에 여행을 가면 효과와 기쁨이 배가된다. 미리 공부할 시간이 없으면 비행기를 타는 동안이나 숙소에서 할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 앞서 소설가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예루살렘 전기(Jerusalem; The Biography)’를 두 번 읽고 갔더니 이스라엘의 역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다가왔다.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백문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이 초연결 시대에도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코끼리의 다리만 만지고 온 여행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생이 다하는 날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하기 위험한 나라로만 알았을 것이다. 여행을 했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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