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등 전 세계에서 열리는 남녀 골프대회에는 본 대회 하루 전 프로골퍼와 아마추어 골퍼가 함께하는 ‘프로암(Pro-Am) 대회’가 늘 열립니다.

이런 프로암 행사는 골프 대중화에 첨병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실 프로암 행사 때문에 골프를 후원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고객을 보답 차원에서 초청해 평소 함께하기 힘들었던 프로골퍼와 동반 라운드 기회를 주기도 하고, 골프를 통해 소통하는 등 큰돈을 쓸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줍니다. 프로암은 발전해 이제 전야제 형식이 아니라 프로와 아마추어가 4일 동반해 치르는 정규 대회까지 있습니다.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은 정·재계, 스포츠인, 연예인 등 유명 인사와 함께 플레이하며 거액의 자선기금도 마련합니다. 국내에서도 올해 처음 이를 본떠 만든 남자프로골프 정규 대회로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대회가 20일 충남 태안의 현대 솔라고 골프장에서 개막해 나흘 동안 치러지고 있습니다. PGA투어의 그것과 비교하면 규모에서는 아직 미약하지만, 어렵사리 첫 대회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 큰 발전을 기대해봅니다.

하지만 이런 골프대회 프로암 행사가 자칫 국정감사에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뻔했습니다. 한 피감기관이 골프대회를 열고 있는 금융사에 프로암 참가자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한 것입니다. 발단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여자골프대회 프로암 접대성 초대 논란 때문입니다. 이후 국회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있는지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며 10월 국감용으로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피감기관은 실태 파악을 위한다며 골프대회를 열어왔던 금융사 등에 프로암 참가자의 실명은 물론 직업 등이 담긴 자료까지 요구했습니다. 신한동해오픈,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등 골프대회를 열어온 시중의 대형 금융사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금융사들은 처음엔 어느 선까지 공개할지 고민하다가 영업기밀과도 같은 VVIP 고객과 주요 거래처 명단에 대해 공개 불가 방침이라며 버텼습니다. 피감기관도 금융사들의 조리 있는 반박에 무리한 요구를 인정하며 백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기에 다행이지, 만일 국감 자료로 공개된다면 끔찍한 후폭풍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금융사 고객에 대한 자료 요구는 정부 스스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고, 김영란법 시행이 이제 2년째인데 법 시행 전 5년간 자료를 통째로 요구한 것은 월권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암 행사 참가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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