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1·2’ 저승차사 役
액션·코미디 버무려 ‘쌍천만’
‘공작’으로 칸영화제 진출도
이번에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데뷔 이후 최고 전성기 자랑
“부산 사투리·악역 불안했지만
윤석 선배 출연소식 듣고 결심
시나리오엔 ‘짧은머리’였지만
첫신 찍은뒤 스스로 삭발했죠”
2006년 1월 MBC 드라마 ‘궁’의 선풍적 열기 속에서 만난 주지훈은 참 인상적인 차림을 하고 있었다. 아래·위 흰색 정장에 당시 유행하던 길게 뻗친 헤어스타일. 드라마에선 카리스마 있는 황태자 역할을 하고 있어도 경력이라곤 CF 몇 편 출연이 전부인 신인의 풋풋함이 엿보였다.
그로부터 12년, 주지훈은 올해 데뷔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신과 함께-인과 연’(8월 1일 개봉)을 시작으로, ‘공작’(8월 8일 개봉), ‘암수살인’(10월 3일 개봉 예정)까지 잇달아 3편이 나오고, 흥행이나 작품성 면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주지훈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 감사한 상황이다. 배우란 찾아주지 않으면 바쁘고 싶어도 안 되는 직업인데 이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은 작품으로 연락을 주시니 감사하다”며 “너무 몰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 그건 제 의지로 되는 건 아니므로 차라리 즐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궁’이 시청률 27.1%를 찍을 정도로 강렬했지만 주지훈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있었다. 좀 더 도약해야 할 시점인 2009년 연예인 마약 사건에 연루됐다. 마약 복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당당하고 진정성 있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이후 개봉한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좋은 친구들’(2014) ‘간신’(2015)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만난 게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다. 주지훈은 극 중 저승차사 해원맥으로 나와 액션과 코미디를 버무린 연기로 박수를 받았다. 관객이 14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꿈의 ‘1000만 배우’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여름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이 또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쌍천만’의 주인공이 됐고, ‘공작’으로는 칸국제영화제까지 진출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았다.
오는 10월 4일 개봉하는 ‘암수살인’에서 주지훈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 암수살인은 범죄가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용의자 신원 파악이 안 돼 공식적 범죄 통계에서 제외된 사건을 말한다. 실화에 근거한 독특한 범죄영화에서 주지훈은 강태오라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을 맡았다. 흠잡을 데 없는 부산 사투리 연기와 자진 삭발로 종잡을 수 없는 강태오의 심리를 섬뜩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인상 깊은 캐릭터이지만 기본적으로 악역이고, 언어에 대한 핸디캡도 있어 불안했던 역할이다. 그러나 김윤석 선배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뢰감이 생겼다. 제작자이자 작가인 곽경택 감독님이 1대 1로 사투리 연기를 지도해 줘 큰 힘이 됐다.”
주지훈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다. 사투리 연기는 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촬영 전 수개월 동안 하루에 4∼5시간씩 과외수업을 받듯이 사투리를 연습했다. 외국어, 특히 중국어처럼 대사마다 성조를 그려가며 입에 익혔다.
그러고 보면 주지훈은 언어 습득에 남다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그는 ‘공작’에서는 북한 사투리를 써야 했다. 또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는 저승차사 해원맥의 전생인 고구려 전사 ‘삵’의 발음을 재치있게 표현해 배꼽을 잡게 했다. 영어의 ‘R’처럼 혀를 굴리는 발성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런 점에서는 삭발도 큰 변화였다. 주지훈은 강태오를 표현하기 위해 삭발을 자청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그냥 ‘짧은 머리’라고만 돼 있었는데 첫 신을 찍으면서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고 의상을 바꿨다. 참 아찔했던 기억이다.”
주지훈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그는 2006년 신인 시절 인터뷰 때 “매일 손톱만큼이라도 성장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이 말은 그에게 유효하다.
당장 올 연말 또 하나의 대작 드라마 ‘킹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킹덤’은 주지훈이 주연하고, 김은희 작가가 쓴 넷플릭스의 6부작 드라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원인 모를 괴질과 싸움을 벌이는 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벌써 소문이 좋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되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이름을 알릴 기회다. 그다음 내년 초엔 MBC 드라마 ‘아이템’이 대기 중이다.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하면서 관객과 가까워지는 걸 느꼈고, 그 느낌이 매우 좋았다. 더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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