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개인청구권’ 놓고
大法 내부 서로 엇갈린 판결

2부 “국가 상대 소송은 소멸”
2주후 1부 “日기업에는 유효”

법조계 “靑과 재판거래 위해
고의지연했다는 의혹은 억측”


청와대와의 거래를 위해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2012년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대법원 내 소부가 2주 간격으로 상반된 판결을 내놓은 상황이 재상고심의 장기 지연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문화일보 확인 결과, 2012년 5월 10일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취지의 원심판결이 정당하다며 심리불속행 기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불과 2주 뒤인 같은 달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전 대법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한일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각각 다른 대법원 소부에서 불과 2주 만에 상반된 해석을 펼치면서 논란이 된 강제징용 재상고심이 장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라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 2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입장을 보이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항소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항소심은 2005년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공동위원장 이해찬 총리·이용훈 변호사)의 정부 견해를 인용해 “일본군 위안부·원폭 피해자 문제 등과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한일협정으로 일괄타결돼 소멸됐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이 같은 해석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2주 뒤 대법원 1부는 일본 기업 상대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1부가 내린 원고 승소 판단은 하급심·2005년 민관공동위 정부 입장과도 180도 다른 판결이며, 또한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2011년 결정과도 배치된다.

한 법원 관계자는 “김능환 전 대법관이 나 홀로 판결을 강행했던 터라 당시에도 파격적이란 말이 나돌았는데, 불과 2주 전 다른 대법원 소부와도 정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라면 문제 소지가 크다”면서 “김능환 전 대법관이 이 같은 사실을 알았더라면 자신의 결론을 고집해 대법원 소부끼리 서로 모순된 판단을 내리도록 할 게 아니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2년 한국 정부 상대 손배소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던 당시 대법원 2부에는 김용덕 대법관이 소속돼 있었다. 그는 이듬해 일본 기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재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았다. 즉 “일본 상대 손배소의 재상고심 주심을 맡게 된 김용덕 대법관이 한국 정부 상대 손배소 상고심에 참여했었던 만큼 두 소부의 상반된 판결의 모순을 인지하게 되면서 재상고심 사건이 장기 지연된 또 다른 원인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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