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또 연기됐다. 전 씨 측이 재판부가 있는 광주지법의 상급 법원인 광주고법에 관할이전 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 씨의 해당 사건 재판은 모두 3차례 연기됐다.

27일 광주고법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 씨 측은 지난 21일 사건의 담당을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는 ‘관할이전 신청서’를 광주고법에 제출했다. 광주에서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법 제15조는 ‘관할 법원이 법률상의 이유 또는 특별한 사정으로 재판권을 행할 수 없을 때와 범죄의 성질, 지방의 민심, 소송의 상황 기타 사정으로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는 때 관할 이전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법원은 담당 이전 신청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재판이나 소송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 씨의 두 번째 공판기일(재판)은 무기한 연기됐다. 담당 이전 신청 사건에 대한 판단은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 최수환)가 맡는다.

재판 연기는 전 씨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고 나서 세 번째다. 전 씨는 증거 및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유 등을 내세워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나 재판의 연기를 요청했다. 두 차례 연기 끝에 지난달 27일에 열린 첫 공판기일에는 알츠하이머 투병 등 건강상 이유를 들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전 씨 측은 현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8단독에 ‘서울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는 의견(이송신청)을 피력해 왔다. 사안의 성격상 광주에서는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송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재판 절차가 계속 진행되자 또 다른 소송절차를 토대로 상급 법원인 광주고법에 관할이전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회고록과 관련, 최근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 씨는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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