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안시성’ 숨은 주역

- 사물役 남주혁
“영화는 처음 찍어 긴장됐는데
조인성 조언으로 자신감 얻어”


사극 영화 ‘안시성’이 지난 추석 연휴 스크린 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19일 개봉해 추석 연휴 끝자락인 26일까지 누적 관객 수 352만여 명을 기록해 경쟁작인 ‘명당’(약 166만 명), ‘협상’(약 128만 명)을 크게 앞섰다. 고구려 명장 양만춘을 연기한 조인성을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가 저마다 제 몫을 해낸 결과. 특히 사물 역의 남주혁과 양만춘의 ‘오른팔’ 배성우 등 숨은 주역들이 돋보였다. 남주혁과 배성우를 만났다.

“영화는 첫 경험. 하루하루가 새롭고 떨리고 궁금했어요.”

영화팬들에게 남주혁은 아직 낯선 얼굴이다. 남주혁은 5년 전 모델로 데뷔했다. 서울컬렉션의 패션쇼와 패션 잡지 모델을 거쳐 2014년 tvN 드라마 ‘잉여공주’로 처음 연기자로 나섰다. 당시 스무 살의 빛나는 외모, 농구 선수 출신의 큰 키(187㎝)가 금세 눈길을 끌었다. JTBC 예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시청자와의 접점을 더 넓힌 후 2015년 KBS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를 통해 단박에 주인공을 꿰찼다. 그 뒤로도 ‘역도요정 김복주’(2016), ‘하백의 신부’(2017) 등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운 좋게 드라마를 몇 편 했지만 영화로는 또 신인이어서 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걸 알아요.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말했죠.”

남주혁이 맡은 ‘사물’은 조인성의 양만춘에 버금가는 인물이다. 고구려 엘리트 태학도로, 연개소문에게서 암살 임무를 부여받아 호시탐탐 양만춘의 목숨을 노린다.

하지만 양만춘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에 반해 오히려 연개소문을 설득하게 된다. 영화는 사물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그의 내레이션으로 막을 내린다. 어찌 보면 그가 주인공 같다.

“사물은 관찰자라고 생각해요. ‘안시성’과 양만춘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사물의 복잡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남주혁이 가장 공을 들인 대목은 연개소문을 설득해 지원군을 요청하는 장면이다. 눈물이 북받치는 신인데 남주혁은 “울고 싶지는 않다”고 제안했다. 전쟁 통에 어느새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사물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전투 신 촬영도 기억에 남아요. 첫 촬영이어서 긴장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았죠. 그런데 조인성 형님이 현장 편집본을 보더니 긴장을 좀 풀어도 되겠다고 조언해줘서 그 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됐죠.”

탁 트인 발성도 사극 연기에 잘 스며들었다. 현대극에서의 부드러움을 배제하고 굵은 사극 톤으로 대사의 안정감을 높였다.

이는 부산 영도 출신인 남주혁이 사투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엿보인다. 그는 서울말을 구사하기 위해 입에 코르크 마개를 물고 연습했다. 보통 볼펜을 물고 하는데 그보다 큰 코르크 마개를 쓴 것은, 그가 그만큼 ‘독종’이었다는 의미다.

“보시는 분들은 제가 쉽게 연기를 하게 된 걸로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론 늘 외롭고 힘들었어요. 드라마를 꾸준히 하기는 하는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어요. 쉬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만난 게 ‘안시성’이죠.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기뻐요.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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