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업체 年매출 17억대
종사자數도 기업당 7명 불과
경쟁국 中·日은 兆단위 많아
올 환경분야 졸업생 2825명중
관련업체 취업생 20%대 그쳐
獨 15년새 6만 → 37만명 대비
환경부 “환경, 미래산업 육성
수익 극대화 방안 추진할 것”
“환경산업은 미래산업입니다. 외국은 일찌감치 이 분야에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기업과 관련 분야의 인재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됩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서 열린 ‘2018 환경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10개사 선정’(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 주최) 시상식에 참석한 한 환경기업 대표는 “우리는 지금이라도 환경오염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규제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상식이 여느 행사와 달리 묘한 긴장감이 흘렀던 배경이다. 환경 부문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은 환경기업 대표들은 시상식 이후 진행된 ‘정부-환경기업-취업준비생’ 3자 자유토론에서 일제히 정부 정책의 개선을 희망했다.
환경기업을 운영하면서 환경을 지켜나가야 하는 현장의 고충이 쏟아지자 행사에 참석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진땀을 빼야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대기오염에 의한 미세먼지 증가, 물과 토양 오염을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극복하고자 일선 현장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지적이라는 점에서 더 뼈아팠다. 여기에 환경공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 50여 명도 가세해 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한 취업준비생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취업에 관심이 많은데 정부가 세운 신재생에너지 목표는 달성 가능한 건가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 환경기업 대표는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한다면서 뒤로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오염원 배출 사업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니 누가 환경 부문에 투자하겠는가”라고 따졌다.
◇외국에선 강력한 규제로 신기술 유도 = 지난 5월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나이프, 음료수 용기 등 가장 해로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10종의 사용을 2021년부터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규제 정책에 관련 연구·개발(R&D)은 탄력이 붙었다. 이탈리아 한 연구팀은 거액의 투자를 받아 박테리아와 같은 유기체에 의해 완전히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 용기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에 질세라 최근 일본 정부도 자연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사업에 내년 한 해 50억 엔(약 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노력에 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환경산업 지표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환경산업 인력 고용동향 및 전망분석’ 자료를 보면,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 부문 고용자 수가 1998년 6만여 명에서 2013년 37만 명으로 15년 동안 약 616% 증가했다. 일본은 2013년 환경 일자리 수가 전년 대비 2.3% 증가한 255만 명으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지구온난화 대책 분야 고용성장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5.5배 성장했다.
◇환경 일자리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 = 환경오염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국가 차원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을 비롯해 미세먼지 문제 등이 좋은 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환경 개선을 제기하는 의견이 더욱 커지면서 국내 관련 산업의 수요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 자원순환관리·물관리·지속가능 환경자원·환경 지식정보감시 등 환경 부문 종사자 수는 2016년 45만5000명에서 2026년 57만2000명으로 연평균 2.3%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총취업자 수 증가율인 연평균 0.7%보다 3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다. 정부도 환경 일자리의 성장에 주목, 앞으로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관련 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 장관은 “그간 성장 논리를 주장한 경제부처에 밀려 환경 규제가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때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요청하고 우리 환경기업이 새로운 영역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느슨한 환경 규제에 문 닫는 환경기업 = 어느 국가나 ‘성장과 규제’ 사이에서 고민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자 성장보단 규제를 지향하는 쪽으로 정책 노선이 짜이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산업 종사자들은 “많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폐차와 폐이차전지 재활용을 하는 남준희 굿바이폐차산업 대표는 “정부가 추진한 환경 규제만 믿고 투자했다가 망한 기업이 수두룩하다”며 “느슨한 환경 규제가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환경기업들이 말하는 선순환 구조는 여느 기업과는 좀 다르다. ‘강력한 규제-투자-신기술 상용화-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기업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규제를 만들 때마다 ‘예외조항’을 함께 신설하거나 ‘오염원 배출자의 자발적 참여’로 느슨한 규제를 지향했다. 그 결과 환경기업에는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환경 대기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환경 부문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7억3000만 원으로, 종사자 수는 7.7명에 불과하다. 반도체 공정의 유해가스 안전처리장비를 제조하는 김동수 엠에이티플러스 대표는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만 해도 매출이 조 단위가 넘는 회사가 많다”며 “그들이 큰 이유는 정부에서 환경 규제를 강력히 밀어붙여 좋은 기술이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경기업 취업준비생들도 갈 곳 잃어 = 2008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환경 일자리에 대해 ‘인류가 직면한 환경 위협을 줄이고 지속해서 환경의 보존과 복구에 이바지하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의 환경 일자리는 이런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 환경산업기술원에 의하면, 환경산업 사업체 급여의 일반 산업 대비 상대임금은 84.0%로, 임금 격차가 16%나 존재한다. 이에 반해 환경산업 사업체의 총 근로시간은 일반 산업의 98.4%로 거의 비슷하다. 환경기업 대표들은 “환경기업 대다수가 영세해 직원 처우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근래 시행에 들어간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원 채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환경 분야 학과를 졸업한 대학생 2825명 중 57.6%(1627명)가 취업에 성공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960명은 환경 분야와 관련이 없는 직장에 취업했다. 우수 인재 이탈이 많다 보니 환경기업들도 “비(非)환경 전공자를 더 선호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도 나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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