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1446’에서 세종 역을 맡은 배우 정상윤(왼쪽)과 박유덕. 가운데 사진은 지난 2월 영국 워크숍 때의 모습. HJ컬쳐 제공
‘뮤지컬 1446’에서 세종 역을 맡은 배우 정상윤(왼쪽)과 박유덕. 가운데 사진은 지난 2월 영국 워크숍 때의 모습. HJ컬쳐 제공
영화·드라마 변주 이어 무대에
정상윤·박유덕 등 실력파 출연
제목 1446은 한글이 반포된 해

업적보다 ‘삶의 모습’에 집중
스토리·음악 등도 새로운 느낌
백성 위해 내려놓은 권력 주목


올해는 조선의 임금 세종대왕이 즉위한 지 600년이 되는 해다.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 이야기는 그동안 예술 작품에서 수없이 다뤘다. 21세기에도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로도 끊임없이 변주됐다. 이번에는 ‘뮤지컬 1446’이 세종의 삶을 담는다. 제목의 ‘1446’은 한글이 반포된 해를 뜻한다. 뮤지컬이라니 형식은 새롭지만, 내용에서 신선할 수 있을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관객도 겨냥한다는데, 우리 것만이 최고라는 ‘국뽕’으로 비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렇게 답했다.

“세종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잘 모르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우리 뮤지컬은 한글 창제 등 업적들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왕이 됐고 왕이 돼서 어떤 삶을 살았나’ 하는 것에 집중하며 인간 이도의 모습을 좇아가는 작품입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월 영국에서 워크숍 공연을 할 때, 영국 관계자들이 우리 음악이 새롭게 들린다고 하더군요.”(연출 김은영)

“영국 워크숍 때 영국 측 연출이나 음악 감독이 스토리가 마치 지어낸 이야기처럼 극적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이라고 하더군요. 세계의 이름난 왕들은 대부분 국가의 영토를 확장하는 데 힘썼는데, 세종은 백성을 위해 자기 권력을 내려놓았다는 점이 다릅니다. 백성의 문자 눈을 틔우기 위해 한글 창제에 골몰하느라 정작 자신은 눈이 멀어 간 그 모습이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프로듀서 한승원)

‘뮤지컬 1446’은 오는 5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한다. 기획사 HJ컬쳐가 경기 여주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KBS미디어 등과 함께 만들었다.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시는 해마다 관련 문화제를 열어온 인연으로 참여했다. 해외에 우리 문화를 소개해 온 한국관광공사는 후원 기관으로 동참했다. 정진수 관광공사 실장은 “한국 사극 뮤지컬 최초로 일본 무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1446’은 뮤지컬 덕후들 사이에서 실력파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신뢰를 받고 있다. 주·조연을 맡은 정상윤, 박유덕, 남경주, 고영빈, 김경수, 박한근, 이준혁, 박소연, 김보경, 황민수, 최성욱 등이 공연 무대에서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온 배우들이라는 것. TV 드라마와 가요계에서 이름을 얻은 뒤 뮤지컬 쪽으로 넘어온 이들과는 다르다는 관점이다. 지난달 중순에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들 배우가 극 중 넘버를 시연하는 것을 들어보니, 뮤지컬 팬들이 왜 신뢰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배우 박유덕은 “세종 역을 맡아서 굉장히 벅차다”며 “그분의 애민 정신을 생각하며 연기를 하다 보니, 절로 주변 동료들을 사랑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세종 역에 더블 캐스팅된 정상윤도 “이분을 연기하게 된 것은 집안의 경사”라며 환하게 웃은 뒤, “세종의 인간적인 고뇌를 전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와 함께 노력했다”고 전했다. 태종 역을 맡은 남경주는 당시 역사 공부를 하며 첫 대사의 억양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수없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극 중 역할에 몰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역시 태종을 연기하는 고영빈은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 공연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연습할 때 참 많이 고민했지만, 당시 역사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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