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흡연자들이 버리는 담배꽁초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산불 등 화재로 인한 인적·물적 손실도 엄청나다. 얌체처럼 차창 밖으로 던지거나, 길바닥에 슬그머니 버리고 사라짐으로써 주변 행인들을 짜증 나게 하는 심리적 비용도 만만찮다. 지난해의 경우 꽁초로 인한 화재는 6991건, 재산피해는 190억 원, 사망자 등 인명피해는 146명에 이른다. 하루 약 1억9000만 개가 버려지는 꽁초 1개는 물 500ℓ를 오염시키고, 완전히 썩는 데만도 12년이 걸린다. 길거리에 꽁초를 버리다 단속에 걸리면 5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이를 비웃듯 꽁초는 여전하다. 지난해 폐기 비용으로만 895억 원이 쓰였다.

이처럼 골칫덩어리로만 인식해 왔던 담배꽁초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 관심이 높아졌다. 퇴비와 플라스틱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고, 토양 및 해양 오염도 막을 수 있고, 길거리도 깨끗하게 할 수 있어 ‘일석삼조’다. 프랑스 정부는 1대당 1만 개의 수거가 가능한 꽁초 전용 수거함을 도심 곳곳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도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 로열 멜버른공대 연구팀은 꽁초를 이용해 만든 아스팔트가 더 단단하고 열전도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북한에서도 방한용으로 재활용된다. 꽁초의 필터를 모아 이불 속에 넣으면, 겨울을 지내는 데 도움이 돼 주민들이 꽁초를 줍느라 바쁘다고 한다.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담배꽁초 가치의 재발견’이다.

그러나 국내 사정은 전혀 다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담배꽁초가 재활용되는지 몰랐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경기 구리시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담배꽁초 퇴비화 기기를 청사 흡연 부스에 설치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꽁초를 주워오면 1개당 10원을 보상하는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도 운영했다. 담배꽁초 재활용 사업은 전국 지자체로 확산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근 ‘담배꽁초를 퇴비로 재활용하자’는 제안도 올라와 있다. 환경부는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담배에 꽁초 보증금 제도도 검토할 만하다. 꽁초 20개를 모아 주면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거나, 반대로 꽁초 부담금을 미리 매겨 모아 온 사람에게 돌려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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