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개회커녕 구성조차 못해
‘기득권 고수·직무유기’ 비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률을 어기는 ‘고질병’이 도졌다. 국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21대 총선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 명단을 확정해 5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해야 하지만, 4일 현재까지 통보 주체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적어도 1년 전에는 선거구를 획정해 정치 신인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 조항을 국회의원들이 어김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거법에 따르면 21대 총선의 ‘싸움터’가 될 선거구는 선거일 1년 전인 내년 4월 15일까지 획정돼야 한다. 선거제도 등 다른 정치개혁 과제처럼 선거구도 미리 획정돼야 출마 예정자들이 선거구를 자유롭게 선택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선관위는 선거구획정위를 선거일 18개월 전인 오는 15일까지 꾸려야 하고, 선거구획정위원 9명은 국회가 획정위 설치일 10일 전까지 의결해 통보해야 한다. 선거법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 또는 선거구획정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에서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정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 중 선거구획정위원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의결해야 할 정개특위는 아예 구성조차 못하고 있고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는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5일까지 위원 선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회가 현행법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 진행 상황으로는 15일 선거구획정위 설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법 관련 전문가로 꼽히는 황정근 변호사는 “전형적인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라는 것은 정치 신인들에게 선거를 준비할 시간을 주라는 것인데, 이를 국회가 어기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 차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선거구 획정 관련 국회의 직무유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도 총선을 불과 45일 앞두고야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했다. 이때는 당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선거구 공백 사태가 빚어졌음에도 1년은커녕 채 공식 선거 운동 시작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서야 선거구가 획정됐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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