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추출 성분으로 특허도
고졸 지체장애인이 오랜 연구 끝에 계면활성제, 글리세린 등 화학첨가물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비누를 개발, 특허 등록을 마쳤다. 계면활성제 등을 첨가하지 않으면 비누를 만들 수 없다는 상식을 깬 것이어서 관련 업계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북 청주에서 비누와 피부질환용 오일을 생산하는 장애인기업 ‘호보’의 대표 전순호(65) 씨다. 5일 특허청 등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 6월 특허 출원한 ‘식물성 자연 비누, 그 조성물 및 제조방법’에 대해 최근 특허결정서를 받았다. 특허의 핵심은 국내 수십 가지 식물에서 뽑아낸 성분을 활용, 계면활성제를 넣지 않아도 거품이 일고 글리세린을 넣지 않아도 보습이 되도록 한 기술이다.
실제로 전 씨가 만든 비누에 불을 붙이면 부풀어 오르지도 않고 그을음과 타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화학첨가제가 들어간 일반 비누와 다른 점이다.
전 씨의 제품을 확인했던 최선은 남부대 향장미용학과 교수는 “화학성분이 전혀 없는 비누를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 씨의 비누는 과학적으로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한발 더 나아가 치료 개념을 더한 비누를 지향하고 있다. 그는 식물의 종류와 배합 방법을 달리해 클렌징, 피부병 해소, 보습 등 기능을 각각 강화한 3가지 세안 비누를 만들었다. 또 습진을 유발하지 않는 주방 비누, 자주 빨아도 옷의 밴드가 늘어나지 않는 세탁비누, 수소이온농도지수(PH) 4.5 이하인 반려동물 전용 비누 등도 개발했다.
전 씨는 2016년 회사 설립 후 국내 시장 공략에 앞서 독일, 일본, 프랑스, 중국 등 10여 개국에 수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직원 8명인 ‘호보’는 지난 6월 비누 제조업체 중 이례적으로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서울에서 상고를 졸업한 전 씨는 20대 때 6년간 중동·아프리카에서 일할 당시 샤워 후 심한 피부 질환을 겪으면서 좋은 비누에 대한 열망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19년간 서점을 운영하며 틈틈이 비누 생산 실험을 했고, 9년 전 아예 연구소를 차려 피부질환 치료용 비누·오일을 연구해왔다. 지병인 류머티스성 척추염으로 2010년 2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연구열은 식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식물성 오일을 발라 사과, 호박 등 과채류의 보존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오는 23∼27일 열리는 ‘2018 오송 화장품 뷰티산업 엑스포’에도 참가할 예정인 전 씨는 “국내외 바이어들과 만나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양산체제에 들어갈 경우 광주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주=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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