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커피 한잔은 이제 일상이 됐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거리를 나서면 한 블록에 두세 개의 커피전문점이 보인다. 커피는 우리에게 익숙한 에스프레소나 라테 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커피가 있는데 바로 아이리시 커피(Irish Coffee)다. 독특하게도 커피에 세 번의 증류를 통해 만들어지는 아이리시 위스키(Irish Whiskey)가 들어간다. 커피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아 칵테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추운 날씨가 아니면 낮보다 저녁 식사 후에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술과 커피의 컬래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고 알려진 카페 로열이 있는데 커피에 와인을 증류한 코냑을 넣어 만들었다. 유럽의 여러 전장을 누볐던 나폴레옹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요즘에 카페 로열을 접하는 사람들은 손에서 느껴지는 커피의 따뜻함과 코를 미혹하는 코냑 향의 그윽함에 그 가치를 둔다.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컬래버의 대표선수가 바로 아이리시 커피라고 할 수 있다. 1900~1940년대 유럽의 항공교통거점 중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곳은 아일랜드의 포이네스(포인즈) 터미널(Foynes Terminal)이었다. 1942년에 문을 연 섀넌 국제공항이 있었지만 당시 미국과의 운송수단 중 하나였던 Sikorsky S-42 기종은 물에서 뜨고 지는 수상 비행기여서 항구인 포이네스를 이용했다.

미국과 가장 가깝다 보니 유럽의 여러 나라로 가거나 미국으로 가기 위해 중간급유를 하는 중요한 교통거점이었다. 이렇게 늘어나는 방문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기 위해 방법을 찾던 아일랜드 정부는 오랜 비행에서 느낀 피로를 잠시나마 쉴 수 있도록 1943년 포이네스에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열게 된다. 이곳의 책임자인 브렌던 오리건과 같이 근무하는 요리사 중에는 조 셰리단도 있었다.

당시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나면 조종이 쉽지 않았고 잘못하면 추락하기도 했다. 지금은 뉴욕에서 아일랜드까지 6~7시간이 걸리지만 당시에는 12~18시간이 걸려 비행하는 동안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1943년 겨울의 어느 늦은 밤 포이네스를 떠나 뉴욕으로 향하던 S-42는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악천후를 만나게 된다. 더 이상의 비행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조종사는 포이네스로 돌아온다. 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늦은 시간임에도 레스토랑으로 돌아와 승객들에게 제공할 음료와 음식을 준비했다. 이때 조 셰리단은 추위에 지친 승객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넣어 보기로 했다. 추위를 달랜 한 승객이 자신이 마셨던 커피에 대해 감사함과 훌륭함을 표하면서 브라질 커피를 사용했냐고 물었는데 조 셰리단이 ‘아이리시 커피’라고 농담으로 답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지역에서는 술을 넣어 만든 리큐어(Liqueur) 커피를 마시는데 나라나 술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테킬라가 들어가는 멕시코 커피(Mexican Coffee)가 있고 사탕수수로 만든 럼이나 칼루아가 들어가는 칼립소 커피(Calypso Coffee)가 있다.
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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